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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미션리포트] 선교사 긴급 대피… 갱단 폭동으로 무법천지된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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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선교지 소식을 전하는 미션리포트, 오늘은 갱단들의 폭력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소식을 살펴봅니다.

지난 2021년 대통령 암살 이후 세력을 불려온 갱단들은 최근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폭동을 일으켰는데요.

총리 사임 이후에도 차기 정권 다툼 등으로 폭력 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선교사들도 주변국으로 긴급 피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에 머물고 있는 헬렌 김 선교사가 전해드립니다.

노컷뉴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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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아이티의 상황은?

저는 2010년에 아이티에 지진이 발생해 3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났을 때 아이티에 유엔 직원으로 처음 들어가게 되었고, 부르심이 있어 2012년부터 사역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아이티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티에 산 게 13년 째 돼요. 13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험하고 힘들었던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지금 아이티는 현재 90여 개가 넘는 갱조직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납치와 살인과 강간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정치 전반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하기 위해 공항과 항만을 장악하고, 또 주요 도로도 모두 장악해서 이제는 아이티 수도의 90%가 이 갱들의 수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사법부도 입법부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이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도 없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엊그제 정말 심각한 총격전이 있었는데, 그날 갱들이 만약 이겼다면 아마도 저희 집도 이미 갱들에게 다 점령되고, 우리 모두 살해됐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나 극적이고, 또 현지에 남아있는 아이티 사람들은 이 나라를 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주 극심한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것은 3월 초부터 갱들이 항만과 공항을 점령하면서 아무런 식량이 수입되고 있지 않아, 아이티 전국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식량을 파는 도매업자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 창고가 다 비었답니다. 이미 식량이 다 나가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폭도로 변할 수 가 있어서, 제가 보면 그 때가 가장 위험할 때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역자들도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이 살해를 너무 많이 당했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는 철저하게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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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프랭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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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사태의 배경은?

이렇게 무법천지가 돼버린 것은 39대 대통령이었던 아리스티드가 아이티에 사회주의를 세우고자 했었고, 이 사람이 자본가를 몰아내기 위해서 총을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때 뿌려진 무기들이 회수가 되지 않았던 거죠. 그때부터 갱들이라는 조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런 게 2021년에 현직 대통령인 조브넬이 살해되는 사건이 생기면서, 아이티 정치사회가 아주 급격히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의회도 없어졌고, 사법부도 없고, 정부도 없는 그런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게다가 (과거 군부의 잦은 쿠데타와 정치 개입으로 인해) 군부대를 못 만들도록 유엔이 규정했기 때문에 경찰조직만 있는데, 부정부패 때문에 경찰들이 먹고 살 수 가 없고, 또 200불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 목숨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경찰들의 사기가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자기들의 무기를 팔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매일 90여 개가 넘는 갱조직들이 공권력이 상실된 이 나라에 독버섯처럼 번져가며 살인과 약탈, 강간과 납치를 마음대로 했는데, 사실은 이 갱들 뒤에는 이 갱을 보조해주고 자금을 대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경제 엘리트 층과) 너무 많이 얽혀있어서 이 갱조직을 누군가가 없앨 수가 없는 거예요. 다 너무 연결이 돼있어서. 그런데 이제는 이 갱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러, 갱들이 현직 수상이 사임을 하지 않으면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겠다는 협박을 해서 어이없게도 수상이 사임한다는 것은 정말 위기입니다.

지금 현재 아이티의 이런 정치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카리브해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카리콤'이란 조직인데요. 저희가 신탁통치를 받았던 것처럼 카리콤이 지키는 가운데 임시위원회를 만들어서 임시적으로 이 나라의 선거를 준비하는 걸로 해서 7명이 뽑혔는데, 그것도 지금 두 사람이 사임을 하면서 엄청난 혼란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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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프랭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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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사태의 선교적 영향은?

아이티 선교 역사상 이렇게 모든 선교사님들이 깡그리 아이티에서 철수한 사건은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주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붓는다는 말씀을 저한테 주셨습니다. 한국전쟁을 저한테 환상으로 보여주셨는데요. 저희도 그 재 속에서 한국의 영적 부흥을 일으키고 경제적 부흥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악한 것들조차도 이용하시는 우리 하나님께서 선을 이루어 가실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 이제 문제는 이 사태로 인해 극심한 식량부족으로 기아상태에 빠질 아이들이 정말 걱정됩니다. 그리고 이 땅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다음세대가 바로 이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이 갱들의 폭력을 보면서 배워서 갱이 되는 게 아니라, 이 아이들을 저희가 복음으로 성령으로 다시 변화시켜서 새로운 세대들이 아이티 땅을 변화시켜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에게 아이티는 사실상 잊혀진 땅입니다. 워낙 부어도 부어도 변화되지도 않고, 열심히 도왔는데 더 나빠지는 거 같아서… 하지만 아이티에는 주님의 눈물이 있거든요. 이 다음세대가 커질 수 있도록 교육에 투자해주시고, 먹을 것에 투자해 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이 땅에 교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동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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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티를 위한 기도제목

아이티는 흑암과 절망, 공포로 덮여 있는 나라입니다. 더군다나 부두와 사단숭배와 인신제사까지 지내는 나라인데 이 땅을 정말 불쌍히 여겨주시고 이 땅이 주님의 보혈로 덮히고, 하늘의 문이 열려 주님의 나라가 이 땅에 건설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중보의 화살을 날려주세요.

또, 저희 사역자들이 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소명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정을 돌봐주시고 안전을 지켜주시고 저희가 돌보는 아이들이 무사하고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아이티에서 사역하고 있는 헬렌 김 선교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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