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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한미家 숨 가빴던 일주일, 씁쓸한 ‘외국계PE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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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소용돌이 속 급부상

조건부협의說…임종윤·종훈 형제 공격 논리

FI 대하는 이중 잣대 확연…“백기사 vs 기업사냥꾼”

헤럴드경제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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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한미약품그룹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연합군이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 OCI홀딩스가 매입하려는 단가보다 프리미엄을 더 얹어서 두 아들 지분과 신 회장 지분 일부를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비싸게 사는 조건부협의가 있었다는 설(說)이 돌고 있습니다.”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사나흘 앞둔 지난 주 무렵 인수·합병(M&A) 시장에는 풍문(風聞)이 돌았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 속에서 ‘외국계 PE 역할론’이 급부상 한 것.

지난 26일 송영숙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 출처를 당장 공개하라”고 두 아들을 공격하며 해당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 듯 했다. 송 회장은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다”면서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총을 앞두고 상황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지난 화요일 오전 10시께 수원지법이 임종윤·종훈 형제가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같은 날 오후 8시경 국민연금이 송 회장 측 주총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알려지며 판세가 두 아들에게 불리하게 변하는 듯 했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확보했다던 친족·재단·사우회 우호지분과 국민연금 지분을 감안하면 모녀 측 우호지분율은 39.61%로 신 회장을 포함한 형제 측 지분율(37.2%)을 2.4%p(포인트) 안팎 앞서고 있었다. 국내외 기관 및 개인 등 소액주주(지분 16.77%) 표심이 관건이었다.

지난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위임장 확인절차 등으로 인해 3시간 이상 지연된 이후 오후 12시30분께 개회했다. 의장 자격에 대한 지적까지 제기돼 진통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승리한 쪽은 두 아들. 송 회장·임주현 사장 이탈표와 소액주주 표심이 임종윤·종훈 형제로 쏠리며 지난 1월 ‘한미-OCI그룹 통합’ 발표 이후 석 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다만 여전히 남은 의문점은 불분명한 외국계 PE 역할론이다.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선 두 아들 편에 외국계 PE가 있다는 풍문의 근원지로 모녀 측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조심스레 지목하는 분위기다. 풍문의 실체가 불분명한데다가 라데팡스 측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알려지는 등 흙탕물 싸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속세 문제 해결을 거부하고, 해외자본과 결탁한 비정한 아들’ 이미지는 주총 표대결에서 모녀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선대 회장 유지를 지키려는 모녀와 부 축적에 관심이 쏠린 아들’ 프레임 또한 덧씌워질 수 있었다.

두 아들 편에 섰다는 외국계 PE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실체 여부를 떠나 PE를 대하는 그룹사 오너 일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에 여운이 남는다.

특수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재무적투자자(FI)로 대변되는 PEF 운용사는 자금력 보강의 핵심 키였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H&Q코리아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백기사로 나섰고,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또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마다 FI를 칭하는 호칭은 ‘우군’ 또는 ‘기업사냥꾼’으로 제각각 달랐다. 이번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FI를 대하는 이중 잣대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기업 생존을 가능케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은 어느새 퇴색됐는지도 모른다.

IB업계 관계자는 “1·2금융권에서 소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급박한 자금 융통 이슈가 있을 때 PE는 오너 일가가 찾는 단골손님”이라면서 “특히 경영권 분쟁시에는 향후 투자기회와 그간의 네트워크를 포기할 각오를 하는데 여전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해석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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