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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채 상병 수사' 이종섭, 대사직 사의 표명…"서울 남아 강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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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임에도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이 대사의 변호인인 김재준 변호사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는 금일 외교부 장관께 사의를 표명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김 변호사가 대신 전한 발표문에서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공지를 통해 "이종섭 주호주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4일 외교부는 공관장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9월 5일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지난해 10월 24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의해 각각 고발된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잘못된 인사라는 비판이 높아졌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귀국 요구가 있었고 부임한지 11일 만인 21일 이 대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해당 회의를 공동 주관한 외교부는 이 회의가 애초에 계획됐던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정을 비롯해 회의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이 대사 귀국을 위한 명분으로 회의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외교부는 해당 회의가 언제 정해졌는지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사의 입국일인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공관장 회의는 미리 방침이 정해졌지만 여러 부처 일정 상 다음주로 정해진 것"이라며 구체적 확정 일자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답을 피했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입국 전날인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25일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는데, 이 대사가 어떤 공무를 하기 위해 회의 나흘 전에 입국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21일을 기준으로 이 대사가 공무 중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 대사 국내 일정을 아직 파악 못했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다 입국 다음날인 22일 오후 외교부는 "이종섭 대사는 입국 이후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관련 일정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며 "3.21은 국방부 장관, 3.22은 산업부장관, 외교부 장관을 각각 면담하여 업무협의를 개최했다"고 알렸다.

회의 자체도 형식적으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 일시는 처음에 25일이라고 공지됐지만 전체 참석자가 모이는 합동회의는 28일에 열렸다. 공동 주관인 국방부 장관과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오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임한지 11일밖에 안된 대사를 다시 불러들일 정도의 중요한 회의인데도 장관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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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섭 호주 대사가 부임 11일 만에 귀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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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전 장관은 장관 부임시절 발생했던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돼 있는 상태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결재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인 7월 31일 언론 발표 1시간 여를 앞두고 돌연 이를 취소했고, 이후 보고서를 수사기관인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군사법원법 제2조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및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등 세부규정에 따라 8월 2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 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는 당일 이를 회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전 장관은 수사 결과를 결재하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등 이 사안과 관련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대령(전 수사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에 출석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 전 장관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첩을 막을 이유가 없지 않냐는 박 대령 측 변호인단의 질문에 "장관님 지시가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이첩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박 전 단장 측은 이 전 장관의 이같은 행동 변화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28일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조사 결과 이첩 보류)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계환 사령관은 2월 1일 2차 공판에서 윤 대통령이 조사 결과 보고를 받고 격노한 것이 사실이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라고 답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공수처는 지난 1월 17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의 해병대 사령관 및 부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6∼17일에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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