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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르포] 전세사기 여파에 화곡동 상권까지 침체… “문 연 가게도 매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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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어 빌라들이 밀집한 지역에 도착했다. 최근 이른바 ‘빌라왕’으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가 있었던 지역이다. 역 주변 유동인구는 많았지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1층 상가에 간혹 공실이 보였다.

한때 강서구 대표상권이었던 강서구청 인근도 상가 곳곳에 공실이 보였다. 한 신축 오피스텔 1층 상가에는 44개의 상가 중 8곳이 공실이었다. 18.2%가 비어있는 것이다.

조선비즈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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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사기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지역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상가 공실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화곡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7%였다. 서울 전체 공실률은 8.4% 수준이다.

강서구 화곡동은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가 숨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지난 3개월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전세사고 1298건 중 34.6%인 449건이 강서구에서 발생했다.

화곡동 상권도 피해를 입었다. 화곡동은 과거 강서구청, 강서경찰서 등 공기관과 다양한 기업이 있어 강서구 대표상권으로 꼽혔다. 하지만 강서구청이 마곡지구로 2026년 이전을 앞두고 있고,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다. 서울 내 다른 상권들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화곡동은 전세사기 여파로 여전히 두 자릿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는 “역 근처는 새로운 상가가 많이 들어왔지만 역에서 멀어질수록 코로나 때 다수 발생한 공실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임대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 문의는 자주 들어오는 편인데 그만큼 내놓고 나가는 가게도 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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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오피스텔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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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을 걸고 영업 중인 가게도 매출이 줄어 사정이 예전만 못했다. 가게 간판이 걸려있는 곳 중 불이 꺼진 곳들이 도보 1~2분 간격으로 보였다.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인근에서 주류를 취급하는 최모(40)씨는 “이 근방은 서민이 많은 동네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었다. 여기에 전세사기가 터지면서 영향이 크진 않지만 확실히 있었다”며 “장사를 5년째 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매출이 가장 안 나와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도 화곡동의 상권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예방책이 마련돼도 수요자들의 우려는 단기간에 줄어들기 어렵고, 경기 침체, 온라인 상권 활성화 등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화곡동 일대는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베드타운으로 저녁 시간대에 활성화가 되는데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비선호 현상으로 저녁에도 썰렁한 분위기”라며 “전세사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동안 화곡동 상권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근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됐고 외부인이 찾아오는 상권이라고 보기 어려운 화곡동이 20·30세대를 겨냥한 젊고 특색 있는 상권으로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상권의 침체된 분위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도 전세사기 예방책 마련을 통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기 침체로 상가들이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화곡동 인근은 주거지가 빌라 위주라 잠재적인 리스크가 있다”며 “전세사기 리스크를 해결하면 수요는 꾸준히 있을 수 있는 지역이라 일정 부분 공실 회복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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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종의가 붙어있다./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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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 기자(rhi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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