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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금리’에 자산 재평가로 부채비율 낮추는 기업들… 주가엔 효과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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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상장사들이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고 나섰다. 가지고 있는 자산의 시가(시장가격)를 다시 평가받고 이를 반영하면 자산 및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는 통상 5년마다 자산 재평가를 하는데,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자진해서 자산 재평가를 하는 기업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산 재평가로 증가한 자산은 장부상 변화일뿐 사업 역량을 비롯한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주가 등에 장기간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산 재평가를 공시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는 롯데관광개발, 부산산업, SUN&L, 성안, 아이앤씨, 대성하이텍, 동화기업, 서부T&D, TS트릴리온, 셀리드, 스피어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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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보다 재평가한 자산 가치가 높으면 평가차액 대부분이 기업의 자본에 더해진다. 자본이 늘면서 부채비율(부채총계 ÷ 자본총계) 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대표적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건물과 토지 자산가치를 올해 1월 말 시점으로 재평가했다. 토지의 장부가(유형자산 + 투자부동산)는 2022년 6월 말 기준 5680억원에서 6883억원으로 21.2% 올랐다.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건물 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6450억원에서 1조12522억원으로 78.6% 증가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기존 건물 가격은 건축비 등 원가만 반영돼 있었다”면서 “재평가를 통해 시세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자산 재평가 내용을 올해 1분기 말 결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평가차액 가운데 이연법인세 계상액(1238억원)은 부채로, 나머지 5037억원은 자기자본으로 잡힌다. 이연법인세란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계산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그 차이를 처리하는 회계상 항목이다.

롯데관광개발 총 부채는 이번 자산 재평가로 지난해 말 기준 1조6986억원에서 1조8224억원으로 증가하지만, 자기자본이 656억원에서 5693억원으로 8배 넘게 늘어나는 만큼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591%에서 320%로 대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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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롯데관광개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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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들도 자산 재평가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인테리어·가구 기업 SUN&L은 인천 중구와 경남 창녕 등의 토지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평가했는데 장부가 834억원에서 평가액 3177억원으로 3.8배 늘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2022년 말 248.6%에서 지난해 말 171.4%로 낮아졌다.

레미콘 사업 등을 하는 부산산업의 부채비율 역시 2022년 말 64.1%에서 지난해 말 60%로 내렸다. 같은 기간 금융부채 규모가 70.5%(290억원)가량 늘었으나, 부산산업이 부산 사상구와 서울 강남구의 땅을 다시 평가받은 결과 그 가치가 197억원에서 747억원으로 3.8배 뛰면서 부채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자산 재평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건물의 경우 장부 가격이 높아진 만큼 내용연수(건물의 수명)를 늘리지 않으면 감가상각 규모가 커진다. 장부상 변화일 뿐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향 등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인테리어 기업 동화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토지를 재평가해 장부가 3733억원에서 평가액 7357억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부채비율이 2022년 139.3%에서 지난해 말 135.3%로 낮아졌다. 자산 재평가가 없었다면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상황이었다.

그러나 앞서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동화기업이 자산 재평가 등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현금창출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이차전지 전해액 등 계열사 신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산 재평가가 신용등급에 긍정적 요인을 줄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Stabel)’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한계가 있다. 지난 27일 장 마감 후 자산 재평가 내용을 공시한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28일 장 초반 전날보다 4.1%(410원) 올랐으나, 하락 전환해 2.4%(240원) 약세로 마감했다. 아이앤씨, 부산산업, 대성하이텍, 동화기업, SUN&L, 성안 등도 자산 재평가 사실을 공시하기 전보다 현재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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