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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외교의 국내 정치화’로 냉각된 한·중, 반전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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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해 6월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있다. 당시 '중국 패배 베팅은 잘못'이란 발언이 한국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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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국내 정치용 발언들 뒤섞여 경색 지속





“주중 대사 갑질” 논란 겹쳐 외교 일선도 어수선



지난해부터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1년이 되도록 해빙의 계기를 찾지 못하며 삐걱거리고 있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에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치에 외교를 끌어들이는 언행들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의 불신만 더 키우고 있다.

양국 관계가 불편해진 구조적 배경에는 패권을 놓고 맞부딪쳐 온 미·중의 전략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중 관계에 불똥이 그대로 튀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양안(兩岸)의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동맹 강화를 추진 중인 미국 측 논리에 가까운 입장을 밝히자 중국 외교부가 즉각 반발했다. 비외교적 표현인 불용치훼(不容置喙), 즉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한·중 관계가 급랭했다.

지난해 6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싱 대사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 베팅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고, 관계가 더 경색됐다. 양측이 경색을 풀어 갈 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갈등을 일시 봉합하면서 한·중 관계에도 정상화를 모색할 기회가 있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참석했고,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조속한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후 구체적 진전 없이 지금껏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최근 “그냥 중국에 셰셰(謝謝·고맙다)하면 된다”고 발언해 다시 논란을 키웠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며 한국 정부 비판에 이 대표 발언을 이용하고 있다. 어제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주재관이 “정재호 대사가 부하직원들에게 갑질했다”며 외교부에 신고한 사건이 돌출했다. 외교부가 사실 확인 중이라지만, 싱 대사에 이어 윤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 대사마저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유감스럽다. 현안이 산적한 한·중 관계를 풀 시간도 모자랄 판에 주중대사관 직원들이 대사의 잦은 폭언을 녹취하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외교부는 신속히 이 사건을 조사·정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반전시킬 돌파구 모색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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