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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묵묵부답' 전공의 달래기 계속…의대교수 사직에 환자만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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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공의 근무시간 줄이고, 필수의료 전공의 월 100만원 수련수당"

의대 교수 줄줄이 사직…환자 불편·불안 호소

연합뉴스

의대교수 사직·전공의 면허정지 현실화되나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서혜림 강태현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을 위한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의료공백'은 좀처럼 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인 전공의 달래기에 나서는 한편,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인턴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의대 교수들은 계속해서 사직서를 내면서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 지키기에 나섰지만, 교수들마저 떠나려 하자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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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마저 환자 곁 떠날까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대 교수들 '줄사직' 계속…연대의대 교수 629명 사직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에서는 교수 629명이 지난 25일 학장 앞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등에 소속된 교수 1천3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직서를 낸 것이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성균관의대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이 작성한 사직서를 취합해 병원과 대학에 전달했다.

이 대학 비대위는 사직서가 추가로 들어오는 데다, 제출 전 최종 의사를 확인하는 작업 등도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직서 제출 인원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가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627명 중 83.1%가 자발적 사직에 찬성한 바 있다.

전남대 의대 교수 비대위에는 전날 오후까지 비대위에 총정원 283명 중 92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냈다.

전날에만 본원이 있는 학동 전대병원에서 21명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고, 화순 전남대병원에서는 15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 25일 교수회의를 열어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전남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9일까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조선대는 의대 교수 161명 가운데 43명이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 의대·병원의 경우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 가운데 최소 60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지난 25일부터 의대 교수 400여명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의 경우 제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전체 교수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서 77.7%가 사직에 동의한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도 교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모아 29일 오후 학교와 병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창원·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 260명도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명의 교원이 재직하는 울산의대의 경우 지난 25일 일찍이 교수 433명이 사직서를 대학에 제출했다.

춘천 한 맘카페에는 교수 사직으로 인해 진료 일정이 세 차례 바뀌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제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강원대 예약을 해놨는데 지난 22일에서 26일로 변경됐다가 또 내달 26일로 바뀌었다"며 "이유는 교수님 사직이라고 한다"고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함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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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마저 환자 곁 떠날까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교수들, 근무시간·외래진료 축소 나서…병동도 잇따라 폐쇄

한 달을 훌쩍 넘긴 전공의 공백에 의대 교수들은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근무 시간과 함께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는 진료를 계속하되,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근무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소속 교수들에게 법정 근로 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할 것을 권고했다.

아주대 의대 한 진료과의 경우 기존에는 전공의 5∼6명이 맡았던 야간 당직 업무를 현재는 교수 3명이 돌아가며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부산대병원 외래병동에서 1인 피켓 시위에 나선 신용범 재활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서 당직인 교수에게 연락했더니 본인이 링거를 맞고 있다고 하더라"며 "교수들은 당직에도 투입되고 외래 진료도 봐야 하는 상황인데,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교수들이 환자가 돼 병가를 쓰게 생겼다"며 의료 현장 상황을 전했다.

강원대병원 역시 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하고, 중증·응급 환자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비대위도 사직서 수리 전까지 중증·응급 관련 부서부터 52시간 준수 근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비대위도 이날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진료 등 진료 축소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충북대 의대·병원 비대위도 중증 환자 위주의 진료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전국 병원에서 병동·병상 운영 축소·중단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고,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내달부터 일부 병동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병원 측은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비해 2개가량의 일반 병동을 다른 병동과 합치고, 간호사 등 인력을 응급실 등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형외과·정신과 병동을 축소 운영하는 강원대병원 역시 추가적인 병동 폐쇄·축소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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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 끌고'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수술실 인근에서 의료진이 인큐베이터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부 전공의 처우개선 '속도'…의협은 "대통령이 전공의 만나야"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과 함께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전날에도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내년 5대 재정사업을 전날 발표했다.

우선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개정해 총 수련시간은 주 80시간,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 안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2026년 2월에 시행되지만, 올해 5월부터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는 사업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2025년 전공의 정원 배정 등에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1년간 시범사업을 운영한 뒤 결과를 평가해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을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잇단 '당근책' 제시에도 전공의 단체가 좀처럼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 가운데, 의사단체 대표성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차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백지화,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면 새로운 정부 인사와 대화할 생각이 있다"며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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