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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中 '서열 3위' 자오러지, 美 겨냥 "디커플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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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오 포럼 기조연설 나서 美견제구

'반도체 굴기' 위한 협력 의지 피력도

경제 성장 자신감...투자 유치 호소

아주경제

보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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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를 대신해 중국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상무위원장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반대와 함께, 친환경 산업이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자오 위원장은 이날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연차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장벽 및 모든 형태의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면서 “아시아 국가는 단결을 유지하고, 일방주의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함께 맞서며 진영 간의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가 지정학적 싸움의 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도체에 집중됐던 미·중 간 경제 갈등이 최근 친환경 산업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견제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다음 달 방중을 앞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지 하루 만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조지아주 노크로스의 한 태양광 전지 제조업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전기차 및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와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옐런 장관의 발언을 의식한 듯 자오 위원장은 친환경 산업이 중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친환경 산업 개발을 고수할 것”이라면서 “친환경은 중국 고품질 성장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 설치돼 있고, 전 세계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굴러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친환경 산업이 매년 10조 위안 규모의 투자·소비 시장을 육성해 낼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를 겨냥한 듯 ‘반도체 굴기’를 향한 의지도 드러냈다. 자오 위원장은 “기술혁신을 중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포인트로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 것을 호소한 것이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역시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인위적으로 과학기술 장벽을 만들고 공급망을 분리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네덜란드에 미국에 동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설비업체인 ASML의 대중국 첨단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자오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은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반등하고 개선되고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짚었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은 올해 26~29일 진행되는 가운데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데이비드 아데앙 나우루 대통령, 디네시 구나와르데나 스리랑카 총리, 훈센 캄보디아 국왕 최고자문위원장 등 국가정상급 인사와 다롄 탕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마티아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보아오포럼 이사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오영훈 제주지사 등이 함께했다.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국 지도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각에서는 통상 1인자인 국가주석과 2인자인 총리가 번갈아 가며 기조연설을 해왔던 관례를 비춰볼 때 예년에 비해 격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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