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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황보현우의 AI시대] 〈2〉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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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황보현우 하나은행 자문위원·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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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3월 25일자 뉴스〉 '개발자 인생 끝났네… 챗GPT 넘어선 인공지능(AI) 영상에 절망' '올 가을에 졸업하는 개발자인데… 저는 첫 직장 잡기도 전에 잘린 건가요?'

〈장면 #2, 영화 촬영 현장〉 스포츠 영화 촬영을 위해 촬영 스태프와 배우들이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중석에는 환호성을 지르는 엑스트라 배우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장면들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으며, 한창 논쟁 중인 사안이다. 5년 이내에 우리 주변을 둘러쌀 현실이다.

며칠 전 개발자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보도가 나간 후 해당 기사의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향후 전망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코딩 능력이 직장인의 필수 소양으로 꼽히기도 했고,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개발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챗GPT 출시 이후 개발자 직군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과 작가 노동조합이 작년 7월부터 5개월 간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주장을 펼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AI가 무려 63년 만의 배우, 작가 동시 파업을 일으킬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과연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존재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I를 둘러싼 일자리 논쟁은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AI는 특히 화이트칼라 업종에 위협적인 존재다.

예로부터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공인 받은 변호사, 회계사, 박사를 비롯한 소위 '사(士)' 자가 붙은 직업군, '군사부일체'라는 고사성어처럼 임금, 부모와 같이 존경을 받아왔던 교사, 의사 등의 '사(師)' 자 직업군, 해당 분야에서 권한과 전문성을 동시에 보유한 판사, 검사와 같은 '사(事)' 자 직업군도 마찬가지다.

AI와 가장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되는 창의성과 예술성에 기반한 소설가, 작곡가, 화가 등의 '가(家)' 자 직업군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AI의 공습에는 예외가 없다고 봐야할 듯하다.

생성형 AI로 문서를 만들어 봤거나, 그림 또는 동영상을 제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체감할 것이다. 'AI가 내 일자리를 뺏거나, 소득을 감소시키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지금 당장 AI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압박감에 이르기까지.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이 우리 일자리를 뺏고, 인간의 생존을 위협했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타자수, 전화교환원과 같은 일부 직업군이 자동화를 통해 사라졌거나,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지만, IT에 의해 훨씬 더 많은 직종과 일자리가 창출되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우리는 미래학자들과 AI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 'AI가 특정한 직업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직업군 내에서 AI를 잘 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가가 AI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가가 AI를 활용해 노래를 작곡한다면 그들이 갖추고 있는 예술성과 창의성에, AI가 갖춘 효율성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포토숍, 일러트레이터와 같은 익숙한 도구들과 더불어 달리, 미드저니와 같은 이미지 생성 AI의 활용법을 체득한다면 탁월한 생산성을 갖춘 디자이너로 거듭날 것이다.

각자의 산업 분야에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추고, 적정 수준의 AI 활용법을 익힌다면 우리는 고용 안정성 뿐만 아니라 보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실은 '내가 하는 일이 창의적이지 않은가'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가 전문적이지 않은가'라는 부분이다. 또 '내가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사용하기 전부터 배타적인 경계심을 갖고 있지 않은가'를 유의해야 한다.

이미 AI는 대학원생 또는 인턴사원 수준의 업무 능력을 갖추었고, 일부 생성형 AI는 변호사 시험을 상위 10%의 성적으로 통과할 만큼 발전했다. 이제 '누가 똑똑한 부하직원을 잘 쓸 수 있는가'의 매니지먼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자신의 경쟁력 강화 도구로, 똑똑한 부하직원으로 AI를 채택하자.

황보현우 하나은행 자문위원·홍콩과기대(HKUST)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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