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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임성근 빼라고 안했다"는 이종섭…그날, 임성근 휴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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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 대사, 변호인 통해 "사단장 빼라고 말한 적 없다" 주장

국회에선 "사건과 관계없는 여단장·여군 혐의 포함돼 이첩 보류" 주장

이종섭 지시 옮겨 적은 해병대 부사령관 메모엔 여단장·여군 내용 없어

'보고 이후 휴가 처리' 지시…직무배제됐던 임성근 사단장 휴가 직접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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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 이 대사는 어제(27일) 변호인을 통해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임성근 1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한 적 없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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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어제(27일) 변호인을 통해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빼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대사의 정확한 주장이 뭔지, 지난해 10월 그의 국회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제가 (지난해 7월) 30일 날 보고받을 때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여단장은 '입수하지 마라. 만약에 의심되는 지역이 있으면 물까지는 들어가도 좋다. 장화 깊이까지는 들어가도 좋다' 이렇게 지시를 했는데 왜 여단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질의를 했고, 마지막에는 '여군을 포함해서 간부 4명이 병사들과 같이 수색조에 포함돼서 같이 함께 수색했는데 왜 이들이, 지휘관계도 없는 이들이 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정리하면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서 갖고 왔기 때문에 사건 이첩을 보류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날 결재를 안 했어야지 왜 결재를 해놓고 다음 날 갑자기 뒤집었냐, 이 의혹은 지난해부터 계속 제기돼왔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대사 측이 굳이 언급한 임 사단장에 대해서는 이 대사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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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옮겨적은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의 메모. 이 대사가 강조해온 '사건과 무관한 여단장이나 여군'에 대한 내용은 없고, 임성근 1사단장의 휴가 처리를 지시한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출처=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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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범 메모에 없는 여단장과 여군…정체 모를 '휴가 처리 지시'



당시 이 대사가 무슨 지시를 했는지 가장 정확하게 적혀있는 건, 직접 지시를 받고 깨알같이 옮겨 적은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의 메모입니다.

정 부사령관의 메모엔 1번부터 10번까지 지시사항이 조목조목 적혀 있습니다.

일부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대사가 수차례 강조해온 여단장이나 여군 얘기가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메모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지난 19일 'JTBC 뉴스룸' 〈단독/'진술 번복' 부사령관 수첩 보니…자필 메모 속 '깨알 지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6번 지시사항'을 뜯어 보겠습니다.

'보고 이후 휴가 처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누구의 휴가를 처리하라는 것인지 적혀있지 않아 추측만 무성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정 부사령관의 입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정 부사령관은 지난해 8월 4일 군검찰에 출석해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이 대사의 지시를 받고) 사령부로 복귀하던 중 군사보좌관에게 '1사단장에 대해서 휴가는 하루, 내일부터 정상 출근'이라는 간단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대사가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는 그 순간에 임 사단장의 휴가 처리도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죄 없는 여단장과 여군까지 왜 처벌해야 되냐, 그들을 위해서 사건 이첩을 중단시킨 거라고 수차례 주장해온 이 대사가 왜 해외출장 직전 그 급박한 시점에 여단장과 여군 이야기는 하지 않고 '빼라고 한 적 없다'는 임 사단장의 휴가를 챙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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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채 상병 안장식에 참석해 추모하는 모습. 직무배제됐다가 하루 만에 복귀한 임 사단장은 '단 하루' 직무배제됐던 그날을 연가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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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는 '파견-취소'처리…이 대사는 '휴가 처리'로 마무리



임 사단장이 당시 어떤 상황이었길래 이 대사가 직접 '휴가 처리'를 지시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런데 이 대사가 같은 날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하루 만에 원래 직무로 복귀합니다.

정 부사령관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그때 잠시 파견 관련, 분리를 해야 되기 때문에 파견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그것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파견 명령을 냈어요?) 파견 명령을 했다가 다시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병대사령부가 임 사단장의 '직무배제와 복귀'를 '파견과 취소'로 처리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대사는 임 사단장이 직무배제됐던 단 하루, 그 날을 찍어서 휴가 처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실제 해병대 인사기록에 임 사단장은 이날 연가 처리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대사의 지시가 이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사령부는 "임 사단장은 당시 장관 지시로 휴가를 간 것이 아니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개인 연가를 사용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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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 공수처에 세 번째 조사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변호인 김재훈 변호사. 이 대사는 변호인을 통해 "임성근 사단장을 사건에서 빼라고 한 적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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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지시하고, 전화로 또 텔레그램으로 챙긴 '임성근 휴가'



정리하면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로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뒤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대변인, 군사보좌관,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을 불러 다시 한번 이첩 보류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임 사단장의 휴가 처리도 지시했습니다.

함께 지시를 받은 이 대사의 군사보좌관은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하던 정 부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임 사단장의 휴가는 하루, 내일부터 정상 출근'이라고 또 한번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42분, 이 대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군사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1사단장은 직무 수행 중이지요?"라고 묻습니다.

휴가 처리가 끝나고 무사히 복귀했는지 또 챙긴 것입니다.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이 경찰로 사건을 이첩한 사실이 알려져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때였습니다.

급박한 상황을 제쳐놓더라도 이 대사와 임 사단장의 당시 직급 차이를 고려하면, 장관이 사단장 휴가 처리를 직접 지시하고 챙긴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직급과 관계없이 사고와 관계없는 부하들을 챙겼던 거라면, 왜 국회에서 강조했던 여단장과 여군 얘기는 이 대사의 지시를 꼼꼼하게 옮겨 적은 정 부사령관의 메모에 없는지 의문입니다.

이 대사가 이런 의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수사 외압 의혹의 실마리도 풀리고, 스스로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로 지탄받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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