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공약 재원' 안 밝히면 2년 이하 징역…국회의원 후보자는 빠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10 총선에서도 구체적인 비용 계산 없는 공수표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학계에선 네덜란드와 호주처럼 공약의 재정 추계를 의무화하고,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유권자에게 알리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앙일보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홍보실에서 직원들이 각 후보들이 제출한 제 22대 국회의원 후보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10대 정책 목록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명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8개 항목에서 최소 5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하면 약 13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양당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철도지하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 여야 모두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예산 증가분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예산을 재원으로 조달하겠다”고만 했다. 산술적으론 지출 구조조정으로 10조~12조원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예산 증가를 고려하면 연간 6조원가량을 투입할 수 있지만 공약 재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허술한 정책 공약은 대선이나 지방선거보다 총선 때 심각하다.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60조의3에 따르면 대통령·광역지방자치단체장 예비후보는 홍보물의 과반에 선거 공약과 추진 계획을 담아야 한다. 공약 이행절차와 기한, 재원조달방안은 필수다. 이를 어길 시 255조 2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공약에 따른 131조4000억원의 소요예산 마련 방안을 공약집에 구체적으로 적시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국회의원 후보자는 대통령·광역단체장 후보와 달리 공직선거법 60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재원 조달 방안과 실천 내용 등을 홍보물이나 공약집에 담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중앙일보

부산시선관위가 11일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하여 부산우정청과 새마을금고와 함께 '정책선거·투표참여 미니배너' 설치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약 남발을 막고자 한 때 정치권에선 ‘선거공약 사전검증제’가 추진됐다. 선관위는 2016년 8월 선거공약 비용추계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는 “급조되거나 부실한 공약은 선거 후 공약 파기에 따른 정치 불신을 초래하거나 공약 이행을 위한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국민 갈등을 유발한다”며 공약 비용을 계산할 별도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당이 주요 공약을 발표할 때는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비용추계액을 함께 발표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 의견에 담겼다. 하지만 여야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선관위는 대신 공약 검증과 정책 선거 활성화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정당 뿐만 아니라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약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빅테이터 분석을 활용한 공약이슈트리로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의 지역별 정책 이슈도 분석해서 안내한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후보자는 실현 가능한 정책과 공약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하고, 유권자는 정당·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확인하고 살펴봐야 한다”며 정책 선거를 강조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용추계 전담 기관이 정당의 포퓰리즘 공약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청(CPB)은 선거공약이 경제·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하고 재정수지와 재원 배분 변화 전망치를 내놓는다. 호주 의회예산처(PBO)는 각 정당이 의뢰하면 공약에 필요한 소요 예산을 분석해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선거를 위해선 각 당과 후보자 공약에 대한 소요 재원과 조달 방안을 공개하는 게 필수”라며 “국회예산정책처만으로 안 되면 각 정당의 연구소도 공약의 소요 재원을 추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동기획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