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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외교부, 이종섭 일정 모른다더니 장관과 협의 내용 닷새만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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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駐)호주대사가 부임 11일 만에 입국한 가운데, 외교부는 이 대사와 외교부 장관 간 면담 내용을 닷새가 지난 뒤에 자료로 발표했다. 이 대사의 입국이 '공무'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자 이를 증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외교부는 '외교장관,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공관장과 개별 업무 협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3.22(금) 이종섭 주호주 대사를 접견하고, 한-호주 간 국방·방산 협력 현황 및 가치공유국인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하였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대사는 작년 말 우리 기업의 호주 보병 전투차량 사업 수주(24억 불) 등 한-호주 간 최근 방산협력 동향 및 호주 정부의 국방·방산 역량 강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였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조 장관은 한국전에 파병한 호주와의 국방·방산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고, 금년 중 개최될 예정인 제6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등을 활용하여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을 지속 강화해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며 "특히, 조 장관은 우리 방산 기업이 호주 현지에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음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호주 간 호혜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고 덧붙였다.

22일에 이뤄진 협의를 닷새나 지나서 설명하는 외교부의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이 대사가 실제 공무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사가 입국했던 21일 당일에만 해도 외교부는 정확한 일정을 알지 못한다는 답을 내놨다. 당초 이 대사의 입국 명분이었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25일인데 나흘이나 앞당겨 입국하게 된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부터 회의 전날인 24일까지 이 대사가 공무가 없다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회의 기간이 끝나면 사안에 따라 공무 외라고 판단이 될 경우 별도의 일시귀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흘이나 앞서서 들어온 21일을 기준으로 이 대사가 공무 중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이 대사 국내 일정을 아직 파악 못했다"며 "보통 재외 공관장 회의 앞뒤로 하루 정도를 공무 목적으로 인정해 준다. 회의 기간이 공무목적으로 온 출장 기간이고 그 외에는 공무인지 공무 외인지를 판단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일시귀국'은 대통령령인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제21조에 나와 있는 조항으로, 공관장이 공무 외의 목적으로 귀국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무 외의 목적인 경우 연 1회 20일 귀국이 가능하고 기간을 초과해서 사용하려는 경우 역시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21일 귀국은 외교부가 밝힌 통상적인 관행으로 보더라도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공무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통상 회의 시작 하루 전도 공무로 인정한다면 24일부터 공무목적의 귀국으로 볼 수 있고, 그 외의 기간은 회의 외에 다른 공무가 있어야 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도 귀국이 가능하다.

이 대사와 조 장관이 개별 업무 협의를 가졌던 22일 전까지 양측의 만남에 대해 어떠한 공지도 하지 않았던 외교부는 22일 오후 4시가 넘어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이종섭 대사는 입국 이후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관련 일정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3.21은 국방부 장관, 3.22은 산업부장관, 외교부 장관을 각각 면담하여 업무협의를 개최했다"고 공지했다. 이 대사가 25일로 예정된 회의 전까지 공무를 하고 있으니 한국 체류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대응이었다.

프레시안

ㄷ▲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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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대사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신속한 소환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수사 외압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7일 이 대사의 법률대리인 김재훈 변호사는 수사 촉구 및 혐의 반박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그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채 상병 사건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바로잡은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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