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영국 BBC방송 프로그램 ‘가든 시크릿’의 한 장면. 화면 속 출연진의 청바지가 흐리게 처리돼있다. 사진출처 B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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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영국 BBC방송 프로그램을 검열해 방영했다고 BBC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프로그램은 원예사가 나와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든 시크릿’이다. BBC는 해당 프로그램을 2010년에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원예사 앨런 티치마시(75)가 흙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식물을 가꾸는 장면에서 앨런의 청바지를 흐리게 처리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청바지를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금지했다. 서구 문물이 북한 청년들에게 불러올 수 있는 ‘황색바람’(자본주의 문화)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스키니진과 같이 몸에 딱 붙는 바지를 입다가 적발될 경우 한 달 간 강제노역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검열됐다는 소식을 들은 앨런은 “나는 내 자신을 위험한 체제 전복적인 제국주의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 청바지가 너무 꽉 끼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분명히 받아드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
BBC는 가든 시크릿이 북한에서 방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조선중앙TV가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입수해 방영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BBC는 “외국 콘텐츠는 여전히 중국 국경을 통해 밀수된 메모리카드에 담겨 북한에 도착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영국과 교류하던 2014년에 해당 프로그램이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BBC는 “북한이 서방과 교류하던 시기에 (서방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국의 TV프로그램을 선물하는 논의가 있었다”며 “가든 시크릿이 이때 전달됐는지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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