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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러 테러한 ISIS-K, 조직원 6500명 넘어...더 많은 공격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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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크로커스 시청 공연장 앞 임시 기념비 앞에서 한 부부가 슬퍼하고 있다. 22일 테러로 1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 보건 당국은 90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고 이 중 어린이 2명을 포함해 22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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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등이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을 할 거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조직원만 6500여 명에 이르는 ISIS-K가 몸집을 불리고 있는 데다, 이번 테러가 다른 이슬람국가(IS) 분파와 테러리스트들까지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테러 전문가들은 향후 더 많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으로 가려져 있던 ISIS-K와 다른 단체들이 최근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번 모스크바 공연장 공격은 돈, 신병, 인정을 위해 경쟁하는 이슬람국가 분파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며 “가자 전쟁에 분노한 테러리스트 지망생들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불행히도 우리는 다른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ISIS 대변인이 하마스의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많은 사상자를 내고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저기술(low-tech) 테러 캠페인의 모델”이라며 극찬했던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한 아랍 정보기관 관계자는 “하마스가 몇 달 동안 언론에 등장하는 데 성공했고, 이로 인해 다른 지하드 단체들도 추종자들에게 자신들도 강대국을 공격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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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한 남자가 하마스=ISIS라고 칠해진 낙서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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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1년간 1000여 건 공격, 5000명 사상자 내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이슬람 국가(IS)는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명의 사상자를 낸 1100건 이상의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ISIS-K 조직원이 6500여 명이라고 지난해 10월 밝힌 바 있다. 또 ISIS-K는 지난해 타지크어, 우즈베크어 선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인들을 모집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ISIS-K가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라는 점과 관련, ISIS-K가 2021년 8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후 힘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FT는 “탈레반은 집권 이후 숙적인 ISIS-K와 피비린내 나는 반란전을 벌여왔지만, 분석가들은 ISIS-K가 미국의 철수 이후 상당한 힘을 얻었으며 최근 국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특히 ISIS-K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의도적이다. 2015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IS 조직원 등을 공격했고, 2000년대 초 무슬림 체첸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혹한 대응에 복수한다는 뜻에서다.

러시아 당국은 추가 테러를 우려하고 있다. 푸틴은 테러 발생 다음날, IS 세력이 조직원을 모집하는 곳으로 알려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터키, 시리아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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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는 IS의 보복 예고 포스터. 포스터엔 러시아에 잡힌 테러 용의자들과 관련, "인질로 잡힌 우리 형제들의 원수를 갚을 기회가 우리에게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고문당하는 영상을 내보내 수천 명 형제들의 피에 대한 갈증만 커졌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X(옛 트위터) 캡처



유럽 국가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번 주말 부활절로 이어지는 성주간(고난주간)을 앞두고 있고, 독일은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프랑스는 7월 파리 하계 올림픽이 있다.

독일은 자국에서 암약하는 ISIS-K 조직원을 수백 명으로 추정하고 국경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테러 대응에 기존 3000명의 군인에 더해 추가로 4000명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튀르키예는 지난 1월 이스탄불 가톨릭 성당에서의 IS 조직원 총격 사건 등 IS 관련 사건을 수사해왔고, 26일 147명을 IS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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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무장한 프랑스군이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을 순찰하고 있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이후 프랑스가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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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대통령, 푸틴과 엇갈린 주장



한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범들이 당초 벨라루스로 도망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푸틴이 주장해왔던 우크라이나 테러 배후설과 대치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신속히 국경 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들(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오지 못했다. 그들은 그것(검문소)을 보고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갔다”고 말했다. 푸틴과 협력관계를 과시해온 루카셴코는 테러범 체포를 위해 자신이 잠도 못 자고 푸틴과 계속 소통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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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그러나 이날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FSB 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테러를 준비했다면서도 서방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여기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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