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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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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도 걸려든 선거법,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졌길래[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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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李, 마이크 잡아 ‘선거법 58조’ 위반 혐위

후보 신분 李, 위성정당 선거지원 ‘88조’ 접촉

90조, 91조, 93조 규정 등 대표적인 독소조항

금지 위주 선거법 문제, ‘선거비용 규제’로 개편 필요

헤럴드경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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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나란히 고발 당했다. 거대 양당의 수장도 피해가기 어려운 ‘선거법 그물망’이다.

현행 선거법은 ‘온통 하지마 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금지 위주’의 독소조항으로 유권자의 정치참여와 알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후보 간 ‘정치적 공세’ 도구로 활용된다는 문제의식이다.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여야를 떠나 선거법 개정을 최우선 정치개혁 과제로 꼽는 이유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공통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선거법 조항은 ‘선거운동기간’ 관련 규정인 59조 4조다. 해당 조항은 공식 선거운동이 아닌 기간에 확성장치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다. 한 위원장은 지난 21일 윤재옥 대구 달서을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한 발언이, 이 대표는 지역 유세 시 현장 기자회견을 이유로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는 것이 혐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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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서 열린 포천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박윤국(경기 포천가평) 후보, 더불어민주연합 용혜인 의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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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하나 더 붙는다. 선거법 88조 ‘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 규정이다. 이 대표가 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불법적으로 비례정당 후보 지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포천시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24번 서승만이었습니다. 24번까지 당선시켜야지요"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천 계양을 후보인 이 대표는 선거법 88조에 접촉되지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한 위원장은 해당 조항에서 자유롭다.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은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지 위주의 선거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 혐의에 적용된 선거법 규정과 함께 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91조(확성장치와 자동차 등의 사용제한),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등이 개정이 시급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해당 조항들로 인해 정당과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 및 평가가 어렵고,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미묘한 차이로 선거법 접촉 여부가 갈리면서 다양한 ‘꼼수 운동’이 횡행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차원을 넘어 현행 선거법 체계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우선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정당 및 후보자의 선거 비용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영국 등 OECD 주요 국가들은 정당 및 후보자와 단체 및 개인에 관한 규제 조항을 별도로 두고 ‘선거 비용’을 규제하는 법 체계를 갖고 있다.

또한 선거법 규제 대상을 ‘누구든지’가 아니라 ‘누구인지’ 명확히 명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조문을 전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에서 ‘누구든지’라는 단어는 총 87회 등장한다. 이 가운데 7장(선거운동)과 16장(벌칙)에서만 58회 명시돼 있다. 선거법이 선거경쟁의 공정성 담보라는 명목으로 일반 시민의 정치참여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과거 금권, 관권 선거를 차단하기 위해 선거법이 금지 규정으로 채워졌는데 이제는 과거와 다른 현실을 반영해 선거법을 전체적으로 고쳐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 정치개혁의 1호 과제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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