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후보는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은 경우가 많다. 당선 후 국회 상임위를 배정할 때도 직역을 고려한다. 동시에 이들이 보유 중인 비상장주식도 직무와 연관된 경우가 다수다. 이는 곧, IT 관련 비상장주식을 가진 전문가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치되는 식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 조국혁신당의 20번 내 상위 순번 후보 가운데 비상장 주식을 신고한 이는 11명이었다. 국민의미래 소속이 6명, 조국혁신당 소속이 5명이었고, 주로 시민단체·노동계·정치권 인사 중심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상위 순번엔 비상장 주식 보유자가 없었다.
'사격황제' 진종오 대한체육회 이사(왼쪽)가 지난달 5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정치권 밖의 전문가를 영입한 국민의미래에선 과학ㆍ바이오 분야 인재로 영입된 제약회사 출신 최수진(3번) 후보가 3억8500만원 상당의 바이오 관련 비상장사 7곳의 주식을 신고했다. ‘사격 황제’ 진종오(4번) 후보도 사격장을 운영하는 택티컬리스트의 주식(3778주·1889만원)과 리그오브레전드(LOL)의 브리온 e스포츠 구단 주식(527주·5000만원)을 갖고 있다. 진 후보는 2020년 6월부터 이 구단의 투자자 겸 멘탈 코치로 활동 중이다.
조국혁신당에선 구글 출신인 이해민(3번) 후보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지냈던 데이터 플랫폼 회사 오픈서베이의 주식 5737주(1억5016만원)를 신고했다. 원광대 특수교육과 교수를 지낸 강경숙(11번) 후보는 과거 이사를 지냈던 한국교육평가진흥원의 주식 1만6667주(6400만원)를 신고했다. 이곳은 정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위탁 운영하거나 각종 연구 용역을 수행한다.
국회의원이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가졌을 경우 상임위 활동과 직무 관련성 판단을 받아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이란 고위 공직자가 직위나 직무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자는 수탁기관에 주식 처분 권한을 위임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강제 매각에 준하는 것으로 여긴다.
상장 주식과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비상장 주식은 금융기관에 처분을 맡기더라도 매각이 불발되는 경우가 잦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에 백지신탁한 146억원 상당의 가족 회사 주식이 결국 안 팔려 2022년 되돌려받은 사례가 있다.
21대 국회에선 여러 비례대표 의원이 이해충돌 논란 때문에 상임위에서 사보임됐다. IT·보안 전문가로 배지를 달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한 이영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등원 직후 정무위원회에 배치됐으나, 벤처 캐피털회사 주식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직무 관련성이 문제가 돼 교체됐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입성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정작 이해충돌 가능성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국회는 2021년 4월 국회의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 배정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주식·부동산·업무 등 사적 이해관계와 상임위와의 관련성을 정밀하게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다. 국회법은 세부 내용을 규칙에 명시하도록 했으나, 이를 정해야 하는 정치개혁특위는 여야의 이견으로 3년 가까이 방치한 상태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교한 직무 관련성 심사를 위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바꿔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