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면허정지와 관련해 “당(국민의힘)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의 공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교수를 만난 1시간쯤 뒤인 오후 6시에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함께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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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도 정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저에게 전했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드렸다”고 전했다. 의료계와 추가 소통 계획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지켜봐 달라. 제가 하는 것이 건설적인 대화를 도와드리고 문제 푸는 방식을 제시해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의 등장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는 정면 충돌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대학별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업무개시명령에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면허를 26일부터 정지시킨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중재자로 나섰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한 모양새다. 전날 한 위원장 측은 의대 교수와의 간담회 추진을 대통령실에 전하는 등 의정(醫政) 충돌과 관련해 소통 채널을 가동해 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 요청에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원칙론을 접은 것”이라며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예정했던 면허정지 처분도 무기한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 강경 대치 모드가 대화와 타협 모드로 전환된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은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과 의료계는 의료개혁에 대해 각자 입장 차가 있지만,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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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내에선 의정 충돌과 관련해 용산의 강경 일변도가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중재안을 만들어 정부와 의료계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윤상현 의원 등)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여론도 의대정원 확대에 지지가 월등히 높았지만,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성인 1002명에게 물은 결과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7%, ‘규모,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41%로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다만 최악으로 치닫던 의정 충돌이 수습 국면으로 온전히 전환할 지는 미지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의대 정원 2000명’ 등 의료대란의 계기가 된 본질에 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최종 타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KBS에 출연해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명 정도 부족하다. 이를 메우려면 연간 2000명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은 인원을 변경시킬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일훈ㆍ이창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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