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완치 어려운 파킨슨병 2~3년 지나면 약효 시간 떨어져
고령화 추세로 환자 급증···2022년 국내서 12만명 발병
뇌심부 신경핵에 전기자극, 망가진 회로 원상복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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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 없이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은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어요. 병이 생기고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니 삶의 의욕마저 사라졌었거든요.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은 기분입니다.”
올해 2월 김영수(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던 60대 여성 박모 씨는 “병을 앓기 전 해왔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8년 전 찾아온 파킨슨병 증상은 평온했던 박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쉴새 없이 떨리는 손이 창피해 외출을 꺼리게 됐고 자연스레 지인들과도 멀어졌다. 목발을 짚지 않고는 걸을 수도 없었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됐지만 약물치료 기간이 3년을 넘기자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점차 짧아졌다.
◇ 몸이 굳고 행동 느려지기 시작…파킨슨병 진행되면 보행장애 증상도
파킨슨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완치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잘 하도록 돕는 게 치료의 목표다. 초기 2~3년 동안은 적은 용량의 약물로도 충분한 증상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흔히 ‘허니문 시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파킨슨병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인 ‘레보도파(levodopa)’를 복용한 지 3~5년 정도가 되면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 하루 2~3번만 약을 먹으면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던 환자의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지면서 용량을 올리고 복약 횟수를 하루 4~5회로 늘리게 된다. 약효가 과하거나 떨어지는 시기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차는 있으나 레보도파 치료를 시작한 지 3~6년 정도 지난 환자의 약 33~54%에서 이상운동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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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효 지속시간 주는데···3등급 넘기면 수술 치료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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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단계를 분류한 ‘호앤야 척도’를 기준으로 3등급 말이나 4등급이 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수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탓에 일부 환자는 DBS 후에도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 목표 부위에 정확히 전극을 삽입했는지 여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신경핵의 크기가 5~6㎜에 불과해 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다. 환자마다 신경핵의 모양이 제 각각이고 연결된 신경들의 손상 정도가 다른 것도 문제다. 자칫 정상 신경에 과도한 전기자극을 보내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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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이도 높은 뇌심부자극술, 맞춤 시술로 수술 예후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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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파킨슨병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가 600만 명 이상으로 수년 내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도 질병 부담이 나날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2년 12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7만4175명과 비교하면 62.5% 증가한 수치다. 김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1980년대 말에 시작돼 현재까지 오랜 치료경험이 누적된 상태로 많은 기술적 발달과 함께 수술 후 경과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좋아지고 있다”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목표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맞춤형 DBS를 도입한 후 수술 예후와 환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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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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