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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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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 받는 파킨슨병 손발 떨림 '뇌심부자극술'로 잡는다 [메디컬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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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완치 어려운 파킨슨병 2~3년 지나면 약효 시간 떨어져

고령화 추세로 환자 급증···2022년 국내서 12만명 발병

뇌심부 신경핵에 전기자극, 망가진 회로 원상복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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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 없이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은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어요. 병이 생기고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니 삶의 의욕마저 사라졌었거든요.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은 기분입니다.”

올해 2월 김영수(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던 60대 여성 박모 씨는 “병을 앓기 전 해왔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8년 전 찾아온 파킨슨병 증상은 평온했던 박씨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쉴새 없이 떨리는 손이 창피해 외출을 꺼리게 됐고 자연스레 지인들과도 멀어졌다. 목발을 짚지 않고는 걸을 수도 없었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됐지만 약물치료 기간이 3년을 넘기자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이 점차 짧아졌다.

◇ 몸이 굳고 행동 느려지기 시작…파킨슨병 진행되면 보행장애 증상도
파킨슨병은 뇌에서 운동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손 떨림·근육 경축·보행이상, 구부정한 자세 등 특징적 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떨림마비’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한 데서 병명을 따왔다. 중뇌에 존재하는 흑색질이라는 부분의 도파민 세포 소실에 의해 발생하는데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파킨슨병은 전조증상이 전혀 없다가 도파민 세포의 약 80%가 없어졌을 때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몸의 한쪽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이 생겼다가 점차 전신증상으로 넘어가고 이후 보행장애까지 생긴다.

파킨슨병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완치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잘 하도록 돕는 게 치료의 목표다. 초기 2~3년 동안은 적은 용량의 약물로도 충분한 증상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흔히 ‘허니문 시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파킨슨병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인 ‘레보도파(levodopa)’를 복용한 지 3~5년 정도가 되면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 하루 2~3번만 약을 먹으면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던 환자의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지면서 용량을 올리고 복약 횟수를 하루 4~5회로 늘리게 된다. 약효가 과하거나 떨어지는 시기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차는 있으나 레보도파 치료를 시작한 지 3~6년 정도 지난 환자의 약 33~54%에서 이상운동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 약효 지속시간 주는데···3등급 넘기면 수술 치료도 어려워

박씨는 과거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던 환자의 소개로 동탄성심병원을 찾았을 당시 3등급 판정을 받았다. 오랜 약물 복용으로 운동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는 수술적 치료인 ‘뇌심부자극술(DBS·Deep Brain Stimulation)’을 고려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뇌심부의 신경핵에 미세전극을 집어넣은 다음 전기자극을 제공해 망가진 회로를 되돌려 놓는 원리다. 신경핵에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머리 뼈에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뚫고 전선을 피하조직으로 통과시킨 다음 쇄골 아래 부위 피부 밑에 설치한 자극 생성기와 연결한다. DBS는 1997년 본태 떨림과 파킨슨병 환자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05년부터 국내에서 건강보험까지 적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 건 이상의 DBS가 시행되며 국내 시술건수도 연간 300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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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단계를 분류한 ‘호앤야 척도’를 기준으로 3등급 말이나 4등급이 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수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탓에 일부 환자는 DBS 후에도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 목표 부위에 정확히 전극을 삽입했는지 여부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신경핵의 크기가 5~6㎜에 불과해 자기공명영상(MRI)으로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다. 환자마다 신경핵의 모양이 제 각각이고 연결된 신경들의 손상 정도가 다른 것도 문제다. 자칫 정상 신경에 과도한 전기자극을 보내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 난이도 높은 뇌심부자극술, 맞춤 시술로 수술 예후 향상

국내에서 손 꼽히는 DBS 권위자인 김 교수는 1㎜의 오차도 없이 목표 부위에 정확히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 미세전기기록과 자극술을 사용한다. 전기발생장치를 삽입하고 나면 뇌 MRI와 수술 후 촬영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융합한 3D 영상을 기반으로 8극의 전극을 적절히 선택한다. 다양한 형태의 전기장으로 환자의 증상과 관련된 신경핵의 자극 위치를 조절하며 치료 부위를 정확히 찾아낸다. 신경핵 주변의 여러 연결신경 중 치료가 필요한 신경에만 정확히 전기자극을 보내기 때문에 치료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어려운 수술이라는 말에 마음을 졸이던 박씨는 맞춤형 DBS를 받은 지 열흘 만에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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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파킨슨병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가 600만 명 이상으로 수년 내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도 질병 부담이 나날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2년 12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7만4175명과 비교하면 62.5% 증가한 수치다. 김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은 1980년대 말에 시작돼 현재까지 오랜 치료경험이 누적된 상태로 많은 기술적 발달과 함께 수술 후 경과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좋아지고 있다”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목표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맞춤형 DBS를 도입한 후 수술 예후와 환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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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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