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독 등 8개 회원국 "친이란 무장단체 지원 차단" 요구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 "확전으로 해석되지 않아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연합(EU)이 대(對)이란 제재를 놓고 찬반 양쪽으로 갈라진 채 대립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관련 서한을 인용해 EU 회원국 중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8개국이 이란이 중동 동맹국들에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제공하는 데 제재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EU 지도부는 이같은 제재가 이란과 외교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재에 찬성하는 8개국은 지난달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친이란 무장단체와, 이들 단체에 무기, 자금, 훈련을 지원하는 이란 측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보렐 대표는 답장에서 이 제안이 러시아와 중동에 "잠재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렐 대표는 "EU의 개입이 확전으로 해석되거나 이란 핵 프로그램 억제와 같은 다른 EU 정책의 중요한 목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추가 조치의 잠재적 영향을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EU는 이미 이란을 상대로 인권 탄압, 대러시아 드론 지원 등을 문제 삼아 독자 제재를 여러 차례 단행한 바 있다.
하마스에 대해서도 테러 조직 규정에 이어 수년 전부터 여러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EU 일부 회원국 사이에서는 하마스뿐 아니라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미사일 생산 시 활용할 수 있는 부품의 대이란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EU 당국자들은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가 중동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외교적 노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보렐 대표의 이런 대응이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은 것이라고 EU 당국자들은 전했다.
WSJ은 프랑스와 독일 등이 요구하는 EU의 대이란 제재가 시행되면 상당수의 국영기업과 고위 관리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이란 핵합의 이후 해제된 제재를 일부 뒤집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EU가 이를 꺼리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이란 핵협상(CG) |
지난 2015년 이란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축소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타결한 바 있다.
원래 합의에는 작년 10월 18일부로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유엔의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일몰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부활하면서 합의가 파기됐다. 이란도 이에 대응해 JCPOA에서 제시한 기준 이상으로 우라늄 농도를 높여왔다.
이후 EU는 합의 복원을 위한 중재자를 자처해왔지만, 현재 관련 대화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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