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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도주 납치범 오토바이로 막은 시민…"잡아야겠단 생각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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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창장 수여식

지난 10일 오전 2시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 거리 한복판에서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지인을 강제로 차에 태워 납치한 일당 중 1명이었던 20대 A 씨가 경찰을 피해 도망친 것입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 박 모(50) 씨가 A 씨 앞을 막아서면서 도주극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끝이 났습니다.

박 씨는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어제(19일) 서울 강북경찰서로부터 표창장과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박 씨는 언론 통화에서 "학교 다닐 때 개근장 말고 처음 받아보는 상장"이라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이어 "주변에 얘기하니 다들 대단하다고 한다"며 "나 같은 사람도 표창장을 받을 수 있구나 싶어 뿌듯하고 명예롭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다른 2명과 함께 지난 9일 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차에 태운 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강북구 미아동까지 이동했습니다.

피해자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 씨 일당이 탄 차량을 추적하는 한편 이들이 '수유리'를 언급했다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일대를 수색했습니다.

미아동에 긴급 배치돼 있던 교통경찰이 차량을 발견해 피의자들은 검거됐으나 차에는 A 씨를 제외한 피의자 2명과 피해자뿐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순찰차를 본 A 씨가 차가 멈춘 사이 혼자 내려 현장을 빠져나간 것입니다.

피의자들이 검거되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A 씨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은 다가가 질문을 건넸고 A 씨는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배달을 하다 이를 목격한 박 씨는 곧바로 A 씨를 쫓아가 길을 막았습니다.

"범인이 막 빠르게 뛰어가고 경찰관님이 쫓아오시더라고요. '이거 문제가 있구나' 싶었죠. 이것저것 생각할 새도 없이 쫓아가 오토바이로 막았어요.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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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A 씨를 쫓아갈 땐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막상 그 앞을 막아서고 나니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체격이 되게 좋더라고요. 근육질에 몸이 다부졌어요. 겁이 좀 났죠. 음식 배달 중이다 보니 배달이 늦어지면 항의가 들어오거나 제가 음식값을 물어낼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다행히 A 씨는 박 씨가 길을 막자 멈춰 선 채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도주를 체념했고 1∼2분 후 뒤쫓던 경찰관들이 도착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박 씨의 도움으로 체포된 A 씨와 그 일당은 폭력행위처벌법상 감금 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박 씨는 혹시라도 보복을 받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똑같이 할 것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세상이 흉흉해 가면 갈수록 더 팍팍해지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자기가 도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사진=강북서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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