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가격 50% 올리는 효과…농민·일부 회원국 달래려는 조치"
2023년 9월 러시아의 한 지역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수입 곡물에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EU가 러시아산 식료품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농민들과 일부 회원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그동안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수입품을 제한하자고 압박했지만, EU는 이 같은 조치가 세계 식품 시장에 지장을 초래하고 개발도상국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앞으로 수일 내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곡물에 1t당 95유로(약 14만원)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가격을 최소 50% 상승시켜 수요를 없애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러시아산 오일시드(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종자)와 파생 제품에도 5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EU는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는 러시아산 곡물과 오일시드 등을 지난해 400만t 수입했다. 이는 EU 전체 소비량의 1%에 해당한다.
EU에 앞서 라트비아는 이미 지난달 단독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다수 식품 수입을 금지했고, 리투아니아는 엄격한 화물 검사를 발표했다.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농업담당 EU 집행위원은 이전에 폴란드로 수출되는 러시아산 곡물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적은 양이라고 언급했으나 최근 폴란드 방문에서는 "러시아가 식품을 무기로 사용하면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에서는 자국산 곡물 수요를 위축시키는 저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과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산 곡물 수입에 대해 농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농민들은 전쟁 발발 이후 관세와 수입할당량 제한이 폐지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저가로 유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곳곳에서 국경봉쇄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달 초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산 식품 수입품을 금지한 라트비아의 조치를 폴란드도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식품·농산물 제재에 관해 "우리가 전체 EU로서 함께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 통화에서 투스크 총리에게 "러시아산 농산물 수입 제한 도입 가능성을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FT는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무역 담당 EU 집행위원이 제재보다 관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U는 연간 3억t 이상의 곡물과 오일시드를 생산하는 순수출국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수입품이 필요 없다.
EU의 조치에 러시아가 보복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이미 대부분의 EU 식품 수입을 금지했고 해당 부문의 유럽 업체 다수도 지난 몇 년간 러시아에서 철수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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