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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몰려든 유권자에 서버 다운까지…푸틴 압승 뒤엔 '이것'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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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러시아 독립매체 '소타(SOTA)'가 15일 자사 텔레그램에 공유한 REV 화면 캡쳐본. '전례 없이 많은 유권자가 몰려들면서 투표 화면이 대기 모드로 전환됐다'는 안내 메시지. /사진=S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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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종료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역대급 득표율' 87.32%를 얻으며 5선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원격 전자투표(Remote Electronic Voting·REV)'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가 시작된 15일엔 접속자 폭증으로 투표 시스템이 일시 마비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대급' 득표율인 87.32%를 기록하며 5번째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러시아 전체 투표율은 74.22%로 신기록을 세웠다. 러시아 디지털개발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최초로 도입된 원격 전자투표(REV)에선 총 94%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REV는 유권자가 개인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투표 시스템에 접속, 투표소에 가지 않고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투표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누구나 집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저조한 투표율을 높일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앞서 투표가 시작된 15일엔 급격히 늘어난 사용자로 인해 REV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도 생겼다. 러시아 독립매체 '소타(SOTA)'가 15일 자사 텔레그램에 공유한 REV 화면 캡쳐본에는 '전례 없이 많은 유권자가 몰려들면서 투표 화면이 대기 모드로 전환됐다'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시스템 과부하로 투표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것이다.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15일 늦은 오전 "REV 시스템을 복구했다"며 "지금까지 유권자 160만명이 이미 온라인 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반체제 성향의 언론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독립 선거 감시단체 '골로스'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근로자가 선거 몇 시간 전에 투표를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REV 시스템이 과부하될 것"이라며 "근로자들은 상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장에서 투표했다"고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문가들은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한 당국이 투표 결과를 더 쉽게 조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권자가 개인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투표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타인의 영향력이 얼마든지 개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비밀투표'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도 문제가 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REV 시스템에 선거 이틀차인 18일 토요일에만 약 16만 건에 달하는 공격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바딤 코발레프 모스크바 선거감시국 본부장은 "탐지된 공격을 파악한 결과 주로 미국과 영국발"이라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자투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논의된 바 있지만, 대통령 선거나 총선 등 공직선거법에 해당하는 선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불거졌듯 비밀선거의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보안의 취약성을 보완해야한다는 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 투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중앙 관리자없이 유권자의 참여로 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데다 모든 투표 과정이 공개적으로 기록돼 열람이 가능하고 데이터 수정도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 '블록체인 기술선도적용 사업'을 추진해 1000만명이 넘는 주민이 동시에 온라인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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