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는 18일(현지시간) CRMA를 공식 채택했다고 밝혔다. 공식 발효는 EU 관보 게재 시점으로부터 20일 후부터다. 지난해 3월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초안을 발의한 지 약 1년 만에 모든 입법 절차가 완료된 셈이다.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CRMA는 2030년까지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역내 제조역량 강화, 공급선 다변화 등이 골자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중국산 희토류 비중이 90%대를 기록하는 등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공정별로는 역내 채굴 비중은 10%, 가공·처리는 40%, 재활용은 2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법이 발효되면 EU 중심의 역내외 채굴 관련 신규 사업은 27개월 이내, 가공·재활용 관련 사업은 15개월 이내로 허가 소요 기간이 단축된다. 또 역내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EU 기금 활용, 유럽투자은행(EIB) 등 금융기관 지원 등을 검토한다.
공급망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도 포함됐다. CRMA에 따르면 탄소중립 관련 산업에 필수적인 관리 대상 핵심 원자재는 총 34가지, 이 가운데 리튬을 포함한 17가지는 '전략원자재'로 지정됐다. 전략 원자재가 중점 활용되는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장비 등 '전략 기술' 관련 역내 기업 중 직원수가 500명 이상이고 글로벌 매출이 1억5000만 유로 이상일 경우, 최소 3년마다 공급망 위험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특정 원자재의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EU는 추후 전기차, 풍력 발전기 제조에 필수인 영구자석(희토류)에 대해서는 2031년께 CRMA의 시행령 격인 위임입법 발의를 통해 '재활용 최소 사용 비율'을 별도로 정할 계획이다. 사실상 영구자석 재활용을 의무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유사입장국(like-minded partners)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도 법에 명시돼 있다.
CRMA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달리 한국 등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항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일단 평가하고 있다. 다만 법 자체가 원자재의 공급망 안전·재활용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CRMA 본격 이행 과정에서 연계 입법안 발의를 통해 기업 의무 사항이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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