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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총선 승리' 명분서 앞선 한동훈, '찐윤'도 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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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호위무사' 이용 의원도 한 위원장에 힘 실어
'수도권 출마자'들 대부분 한동훈에 가세
한국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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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즉각 귀국과 언론인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용산을 압박한 것은 달라진 여권 내부의 권력 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1월 중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당시와 달리 공천이 끝난 상태에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여권의 무게추가 한 위원장 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가장 단적인 변화는 소위 '찐윤'이라 불리는 친윤석열계 핵심들의 변화다. 김 여사 명품백 논란 때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먼저 살폈던 이용(비례대표)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이 대사를 즉각 귀국시켜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고, 황 수석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날 경기 분당을에 공천을 받은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이어 이 의원까지 윤심(尹心)을 상징하던 대표적 인사들이 한 위원장의 용산 압박에 동조한 것이다.

불과 두 달 전 김 여사 명품백 논란으로 초래된 당정 갈등 당시, 이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의원 단톡방에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 철회' 내용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면서 한 위원장 비판의 선봉에 섰다. 그랬던 이 의원이 두 달도 안 돼 '한동훈 감싸기'에 나선 것은 '수도권 위기론'과 맞닿아 있다. 선거 때마다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의 최근 여야의 팽팽하던 지지 흐름은 국민의힘에 불리한 쪽으로 양상이 뒤바뀌고 있다. "표 앞에 장사 없다"(김웅 의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원들의 커지고 있는 위기감은 대통령실 인사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친윤계 인사뿐 아니라 전체 지역구 출마 후보자의 절반인 122석(서울 48, 경기 60, 인천 14)이 몰려 있는 수도권 출마 후보들은 매일의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발 늦은 대통령실의 반응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사는) 대통령실 잘못이 없었다고 해도 국민들은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며 "본인이 들어와서 조사받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성동갑 후보인 윤희숙 전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지금 (이 대사와 황 상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해준 것"이라며 "현장에서 뛰는 선수 입장에서 대단히 감사한 일"이라고 힘을 실었다.

두 달 전과 달리 우군이 많아진 한 위원장은 이날 '침묵'에 돌입했다. 통상 출근길마다 했던 기자 문답도 중단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더 각을 세우지 않아도 총선 승리라는 명분에서 용산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단을 한 위원장이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당정갈등으로 비쳐지는 부분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제2의 당정갈등은) 과한 해석이다.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당정이 부딪힐 만한 조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천이 당선이나 다름없는 대구·경북(TK) 후보들과 친윤계 핵심으로 당세가 좋은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박성민(울산 중구) 의원은 용산발 악재에 입을 닫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굳이 입을 열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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