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니그 조지타운대 교수가 예상하는 ‘트럼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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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의 대외정책 결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남부 국경 강화 방안을 묶은 안보 패키지 예산안 처리가 가로막힌 것이 단적인 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노선이 공화당 내에 급속히 파고들면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중시하는 로널드 레이건식 사고·접근의 명맥이 끊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매슈 크로니그 조지타운대 교수 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장(사진)은 이에 대해 “실제로 레이건과 트럼프의 외교정책 사이에는 공통점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과거 공화당 대선 캠프 외교자문을 지낸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정책을 둘러싼 이견은 예외적인 것으로, 국방·경제 정책, 중국, 이란, 이민 문제, 기후변화 등에서 공화당은 단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출간되는 공저 <We Win, They Lose(우리가 승리하고 그들이 패한다)>에서 미·중 경쟁을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공화당이 “중국이 지고 미국과 동맹국이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 레이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융합’한 외교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공화당 정책집단 인사들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부추기겠다고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극단적이지만 동맹이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는 건 옳은 말”이라며 “미국 혼자서 러시아·중국·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없고 한국 등이 제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선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제재 강화를 통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초당적인 전략태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10월 최종보고서의 제언대로 “인도·태평양 역내 미국의 전구(전술) 핵역량 강화를 위해 전술핵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대상지로 거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중관계를 신냉전 초기 단계로 규정했다.
“첫 냉전과의 차이점은 미·중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글로벌 질서를 놓고 벌이는 미국과 자유진영의 동맹국과 독재국가 간 대결이다. 열전은 안 된다는 점에서도 냉전으로 남아야 한다. 한반도와 대만은 최대 화약고이다.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일어나면 한반도 분쟁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중국과의 군사 분쟁 억제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틱톡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 대중 경제 관계 설정은.
“냉전 때 소련이 미국 NBC방송과 같은 주요 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었을까. 소셜미디어 앱은 오늘날 주요 매체이므로 적대 세력이 이를 통제하도록 두는 것은 정신 나간 일이 될 것이다. 민감한 국가안보 사안에서는 확고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필요하다. 영화산업 등 안보 이슈는 아니지만 중국이 반칙하는 부문에선 대응조치가 필요하다. 야구모자, 콩 등 안전한 경제적 교류는 지속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도한 대중 무역 의존은 한국처럼 경제적 강압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중 관계가 악화해도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각국이 공급망, 경제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한다.”
- 공화당은 점차 고립주의로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 레이건의 국제주의는 소멸했고, 고립주의·보호주의를 앞세운 트럼피즘이 지배한다는 게 통념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외교정책 간 공통점이 더 많다는 게 나와 공저자(댄 네그레아)의 주장이다. 국방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 경제정책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추구하는 점이 같다. 이슈별로도 중국, 이란, 이민 문제, 기후변화 등에서 동의한다.”
- 상·하원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대립했는데.
“우크라이나 정책을 놓고 당내에 가장 큰 이견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예외이지 룰이 아니다. 레이건 진영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하자는 것이고, 트럼프 캠프는 신속한 휴전을 통해 종전 협상을 하자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언제까지고 싸울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군사적으로 할지 아니면 외교적으로 할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 트럼프의 나토 관련 발언 등이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트럼프가 종종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까닭은 협상에서 지렛대를 높이기 위해서다. 내용을 보면 동맹들이 충분히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맞는 말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 지출에 동의했지만 현재는 11개국, 올해 말까지 18개국이 목표를 충족하게 된다. 3분의 1은 여전히 정당한 몫을 내지 않는 것이다. 미국 혼자서 러시아·중국·북한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 한국, 일본, 호주, 나토 등이 제 몫을 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국방비 지출(GDP 대비 3.5%)을 냉전 때처럼 두 배 정도 늘리고, 핵 억제력에 더 투자해야 한다. 미국 핵무기 확충과 함께 한국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에 전구(전술) 핵무기 배치도 고려할 수 있다.”
- 미국의 대북정책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보나.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여야 한다. 군축 협상을 검토하자는 주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나쁜 아이디어다. 비핵화와 함께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최대 압박이 최선의 길이다. 대북 제재 및 중국·러시아 국경무역에 대한 2차 제재 강화, 미사일 방어 강화 등도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해 뒤로 제쳐두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북한에 대한 더 많은 압박과 관여를 보게 될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외교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에 실망했기 때문에 협상 의지가 있더라도 지난번보다는 회의적일 것이다.”
-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세계 전략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책 제목이기도 한, 레이건이 소련과의 냉전에 대해 한 말처럼 ‘미국과 동맹국이 이기고 중국이 지는 것’이 미국의 목표여야 한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 관계를 협력·경쟁·대결의 조합으로 접근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누가 글로벌 질서의 조건을 정할 것인가의 대결이 핵심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아시아 동맹들과의 관계는 굳건할 것으로 낙관한다. 트럼프 주변 인사들도 아시아와의 강력한 동맹 유지가 중국 위협 대응에 중요하다는 점을 알 것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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