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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돈 줄테니 제발 오지마”…11조 돈 풀어 생사달린 난민 막겠다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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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경제상황 개선해
난민이 유럽 선택하지 않고
이집트 머무르게 하려는 의도
이집트에 있는 난민은 55만명


매일경제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의 불법이민을 위해 낡은 배로 지중해를 건너고 있는 모습. 배 갑판에도 난민들이 꽉 차있다.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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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에 3년 동안 74억유로(약 10조7000억원)를 지원한다. 이집트 경제 상황을 개선해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오는 선택을 하지 않게 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이탈리아·그리스·키프로스 정상으로 구성된 EU 대표단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U와 이집트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무역, 안보 등 분야에서 자금지원, 대출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한다.

자금지원은 양허성 차관 50억유로, 투자 18억유로, 보조금 6억 유로 등 74억유로 규모다. 보조금 6억유로에는 이주 문제 대응 명목의 자금 2억유로가 포함됐다.

EU의 대규모 자금지원은 이집트의 경제위기로 인해 이집트 내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뤄졌다.

이집트에는 수단, 시리아 등 내전을 겪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난민이 수십 년 동안 유입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이집트에 있는 난민의 수는 55만명 이상이다.

이집트에 체류하는 난민들은 그대로 이집트에 남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유럽으로 향한다. 애초 이집트에는 난민들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었는데 최근 이집트 경제가 악화하면서 이집트에 정착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매년 수만 명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려고 시도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발간된 EU망명청(EUAA) 보고서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EU 비자를 신청하려는 이집트 국적 이민자가 급증했다.

유럽은 아프리카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이유로 ‘인도주의’를 든다. 작은 보트로 지중해를 건널 때 사망하는 난민들이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난민들은 이민 도중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 이유는 난민 유입이 초래하는 국내 정치·경제적 불안정성 확대를 막기 위해서다. 도피성 이민의 경우 사회적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며, 이는 기존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EU가 현금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체류 국가에서 발생하는 난민에 대한 탄압과 인권 침해를 유럽이 모른 체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집트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크게 악화했다. 이집트 주요 산업인 관광업 분야가 멈추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집트의 발목을 잡았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전쟁 발발 이후 곡물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집트는 국내 밀 전체 소비량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세계 3위, 1위의 밀 수출국이다.

곡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집트 통계청에 따르면 이집트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30% 이상이다. 이집트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27.25%로, 6%포인트 대폭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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