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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선거와 투표

김준우 대표 “가덕도 공항·원전 반대하는 분들도 투표할 정당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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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민주당과 연합하지 않은 이유’

경향신문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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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경향] 최근 야권 지지층에 ‘지민비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지역구 투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것이다. 과거 2012년·2016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정의당을 찍는 이른바 ‘지민비정’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2월 녹색당과 연합해 총선에 나선 녹색정의당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조국혁신당에 밀려 3당의 위치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를 지난 3월 12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만났다. 이날 김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1979년생 45세 젊은 정치인의 어깨에 20년 진보정당의 운명이 고스란히 짐 지워졌다. 그는 과연 ‘제2의 노회찬’이 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270만 표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지난해 11월에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리더가 총선을 책임지고 이끄는 데 불출마 얘기는 좋지 않다는 당의 요구가 있었다. 지역구 ‘무늬’ 출마도 의미가 없고 도리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비례 2·4번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론에 공개는 못 하지만 마지막까지 모시려고 했던 노조 출신 인사가 결심을 못 내리면서 제가 비례대표 6번이 된 것이다.”

-지난 총선에는 ‘경선’이 이뤄져 류호정 전 의원이 여성으로서 1번이 됐다. 이번에는 찬반 투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비례대표 경선 방식을 바꿨다. 3·4번은 경선(이보라미·권영국 후보)이었다. 2번은 녹색당 몫(허승규 후보)이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은 몇 번까지 예상하나.

“최소 5%는 득표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270만 표를 얻고 싶다.”

-비례대표를 2년 순환제로 하기로 했는데, 22대 국회 전반기에 의원이 될 수 있나.

“5석 정도 예상하기 때문에 제가 바로 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7% 이상이 나와야 한다. 녹색당은 비례 2년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권을 심판하고 싶지만 민주당을 찍을 수도 없는 분들을 위해 외로운 선택을 했죠. 최소 5% 득표 예상하지만 270만 표는 얻고 싶습니다.”


-김종인 비례방식(비례대표 2번 배치)이 아니라 DJ 비례방식(의석 확보 가능 데드라인 배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제가 배수진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선거를 지휘하는 미드필더’라고 해야 한다. 녹색정의당이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의당은 왜 그런 선택을 하지 않나.

“진보당은 실리를 택하고 정의당은 명분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의당은 유권자 관점에서 보고 싶다. 정의당이 만약 비례연합 정당(더불어민주연합)에 갔으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원하면서도 민주당에 투표할 수 없는 분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사표를 양산했을 것이다. 가덕도 공항,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투표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분들을 외롭지 않게 하려고 정의당이 외로운 선택을 했다.”

-지난해 말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의 연합을 제의하지 않았나.

“진보당은 민주당과 연대·연합 가능성에 조금 더 비중을 많이 뒀다고 본다. 사후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댔는데, 수십명의 지역구 후보들이 완주할 거라고 했다. 정의당은 플랫폼 정당을 제안했고, 진보당은 바깥에 민주노총 중심의 가설 정당을 새로 만들자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만 내놓았다.”

-이번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선출 후보가 종북 성향으로 논란이 되자 사퇴했다.

“이념 논란이 아니다. 시민사회 추천인데 당원이거나 출마 경력자가 다수 포함되면서 취지가 크게 바랜 것 같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있다. 이분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개혁신당에 간 인사를 제외하면 메시지가 정의당과 아주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리적인 선택을 한 거로 생각한다. 이 당 안에서 가치를 좇기에는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은 왜 틀어졌나.

“지역구·비례를 포함한 협상에서 녹색정의당이 민주당 실무 의원(조승래 의원)과 직접 만났다. 녹색정의당에는 진보당과 동일한 제의를 했다. 그런데 우리 당에서는 각 시도에 상징적으로 한명 정도는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몇 개는 접을 수 있지만 계속 뛰려 하는 사람은 완주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무리한 주장을 했으면 아마 민주당에서 정의당이 ‘몇 석 요구하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만 요구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 더 양보하는 안을 내고 공동합의문을 낼까 하는 도중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과 비례의석 한 석을 줄이는 결정을 했다. 우리 당으로서는 (민주당이) 도저히 협상할 수 없는 파트너가 돼버린 것이다.”

-예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박빙인 지역에서 왜 녹색정의당이 쓸데없이 나와 선거를 방해하냐는 비난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우리는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지, 안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비례나 지역구 단일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제도를 바꾸기 위해 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해 중단 없는 정치개혁에 대한 진심을 나누고 싶었는데 민주당에 그런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상황은 어떻게 보나.

“심상정 의원이 한 석 확보의 가장 강력한 후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에 지역구 출마 숫자가 적어서 당에서는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이정미 전 의원은 건강 문제로 이번에 출마할 수 없다.”

-최근 조국혁신당이 지지율 붐을 일으키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롯해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 관한 의혹이 결국 조국 전 장관에게 좀 가혹했던 것이 아니냐는 부메랑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는 이재명 지도부의 공천 논란으로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 조국혁신당의 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국혁신당은 친문 정당으로서의 면모가 착착 쌓이고 있다. 정의당은 사실 조국 전 장관 임명 찬성에 관해서 반성하고 사과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제2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이 정의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 정의당 득표율이 더 높았다.”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을 제1과제로 외치고 있는데, 녹색정의당의 검찰개혁과 무엇이 다른가.

“검찰개혁이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투박하게 이뤄지면서 문제가 많이 생겼다. 장기적으로 검찰이 기소기관, 경찰이 수사기관으로 가는 부분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진영 대결로 몰고 가면서 검찰개혁의 참뜻이 조금 왜곡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찰개혁이 한국사회의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0순위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권력형 비리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사회의 상층 피라미드 구조에 있는 분이, 교수직에 있을 때 자녀 입시에 잘못된 일을 했다. 수사가 과도하게 이뤄진 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중이 분명히 실려 있었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의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3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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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이 노동 정당이냐, 페미니즘 정당이냐는 논란이 있었다.

“둘 다 포기한 적이 없다. 다만 녹색정의당은 노동도 부족했고 페미니즘도 부족했다고 얘기하는 게 정답이다. 비율 혼합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 완성도의 문제다. 그 완성도가 유권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영글지 못했다.”

김 대표는 대일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하다 로스쿨을 나온 후 민변 사무차장으로 활약했다. 노동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과거 노회찬·심상정·여영국 전 대표를 인터뷰한 기자로서는 정의당 젊은 대표와 인터뷰가 약간 어색했다. 게다가 인터뷰 전까지 질문지를 달라는 요청이 없어 뜻밖이었다. 2시간에 이르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야 김 대표가 굳이 질문지를 요청할 이유가 없을 만큼 모든 현안을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는데 어떤 계열이었나.

“학생운동이 다수파에서 소수파로 바뀌던 시절이었다. 전국학생연대회의라는 PD계열이었다. 학생운동 자체가 훈장도, 자랑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벌이나 나이를 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떠오른다. 한 위원장은 1973년생이고 이 대표는 1985년생인데 세대로 보면 한 위원장에 가깝다.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나와 다른 것 같다. 이 대표와는 방송에서 많이 토론했다. 진 적도 있고 (이 대표가 다른 답변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내가 이기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질문을 하면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대답한다. 한 위원장은 ‘소년 등과’하고 빨리 공직 생활을 해서 특정 분야에만 전문성을 갖고 있다. 사회적 조망과 깊이가 부족하다. 나는 다르다. 나는 일찍부터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 대표가 공대생 문법으로 말하고, 한 위원장이 검사의 언어로 말한다면 나는 인문의 언어로 답할 것이다.”

-녹색당과 정의당은 총선 후 어떻게 되나.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녹색당과 분리되지만 원내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는 과제로 남는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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