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형 달러 펀드로 고수익?…알고보니 글로벌 투자은행 사칭한 '금융 사기'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유튜브에 우연히 뜬 '연금형 달러 펀드' 투자 홍보 영상을 보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S사의 이름을 딴 업체는 만기 6개월 짜리 연금형 달러펀드에 투자하면 높은 환율에 힘입어 통상 국내 펀드보다 높은 월 2.0~2.8%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유명 금융 관련 유튜브 채널에도 해당 영상이 소개된 것처럼 보였다.

그럴싸한 홍보 영상과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투자 경험담에 A씨는 보험 대출까지 받아 전 재산인 6400만 원을 부었다.

이후 업체로부터 다달이 수십만 원 가량이 수익금 명목으로 들어와 더욱 의심을 하지 않았다.

수익금 입금 내역 캡처 /사례자 A씨 제공

하지만 해당 업체는 불법금융투자업자였다. 이들이 투자자를 현혹한 '연금형 달러 펀드'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업체는 이름을 가져다 쓴 'S' 글로벌 투자은행과도 전혀 관련이 없었다.

또 유명 유튜브 채널들에 홍보 영상이 게재된 것이 아니라, 비슷한 가짜 계정을 만든 뒤 유명 채널에 올라온 것들과 같은 영상들을 올리면서 '연금형 달러 펀드' 홍보 영상을 끼워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온라인 카페 등을 중심으로 홍보글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현재까지 약 30건의 관련 피해를 접수한 금감원은 14일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업체가 주기적으로 일부 금액을 수익금이라며 지급하고,소액(약 1000달러)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법으로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어 잠재적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윤미 금감원 불법사금융2팀장은 "업체는 수익금을 조금씩 주면서 정상 운영을 꾸미지만 명백한 불법 금융투자업자로, 약정 기간인 6개월 뒤에는 투자금을 가로챌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불법업자는 국내에 지사나 지점이 없어 로컬 에이전트의 가상계좌로 입금해야 한다며 개인명의의 계좌를 안내하고, 60일 후 해지 신청이 가능하다며 청약 철회나 해지를 거부한다.

금감원은 재테크 관련 동영상, 게시글을 함부로 믿지 말고 투자 전에 업체가 제도권 금융사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무빈 기자(mov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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