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의 '중심'… 동서로 각각 여야 강세 지역
동작갑 전병헌 동작을 이수진… 3자 구도 성사?
동작갑 민심은 '혼전'… "바뀌어야" "심판 해야"
동작을 '보수 우위' 흑석동 등 인구 감소폭 커
4·10 총선 동작갑·을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 왼쪽부터 동작갑에 나서는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민주당 소속 류삼영 전 총경. 한국일보DB |
"이러다가 어부지리로 장진영(서울 동작갑 국민의힘 후보)이 되겄어."
1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이발소에서 만난 소모(74)씨가 읊조렸다. 소씨는 새천년민주당 대의원을 지낸 야당 지지자다. 동작갑에서 과거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주당 계열 소속으로 내리 3차례 당선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새로운미래 후보로 또 나서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현역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표를 나눠 가질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의 아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동작의 갑·을 지역구는 '한강벨트의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동작구 동쪽은 국민의힘이 우세한 서초·강남·송파구, 서남쪽은 민주당이 휩쓴 영등포·구로·관악·금천구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여야 세력권이 충돌하는 곳이다. 이곳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서울 전체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
동작에는 호남 출신이 많아 야당세가 강하다. 다만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유권자 지형이 적잖이 달라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12, 13일 연이틀 동작을 지역구를 누비며 지지를 호소할 정도로 공들이는 이유다.
'3자 구도'가 또다른 변수로 부각됐다. 동작갑에선 전병헌 후보가 이미 출마를 선언했고, 동작을에서는 공천 탈락해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 이수진 의원의 거취가 관심이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저변에 깔린 '정권 심판론'은 여당의 이점을 상쇄하는 요인이다.
20년 '승리' 민주당… 전병헌 출마로 균열?
동작갑은 민주당이 2004년부터 내리 20년을 석권했다. 전병헌 후보가 17~19대, 김병기 후보가 20·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두 후보가 동시에 나서면서 야권 분열이 불가피해졌다. 한 주민은 "전병헌 후보가 의원을 그만두고도 지역구 조직을 관리해 왔다"고 귀띔했다. 그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7%포인트(3,155표) 차이로 이재명 대표를 눌렀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후보가 12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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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국민의힘 후보는 '변화'를 내세웠다. 이날 동작보훈회관에서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오랫동안 한 정당이 계속해 왔기 때문에 지역에 변화가 없다"며 "제가 그 변화의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뉴타운 선포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노량진을 언급하며 "노량진 재개발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작갑에서 유독 신대방1동은 특정 정당 쏠림이 없는 곳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6.3%포인트,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7.6%포인트 앞섰다. 보수세가 강한 노량진1동·상도2동, 진보세가 뚜렷한 상도3·4동이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10%포인트 이상 몰표를 준 것과 대조적이다.
찾아간 신대방1동의 민심은 '혼전'이었다. 인근 보라매 초등학교에 자녀를 등교시키던 서모(36)씨는 "이번엔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반면, 60대 이모씨는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지금 시점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부임시키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동작구 신대방동에서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의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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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1·2동의 표심도 주목된다. 2030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40%를 넘고, 남성 비중도 높은 곳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율이 각각 65%와 75%를 웃돌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노량진역 인근에서 만난 공시생은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정원 축소 방침을 언급하며 "표를 주고 싶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한 20대 남성은 "이재명 대표가 '비명횡사' 공천을 하지 않았나"라며 "국민의힘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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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된 동작을… 전국구 나경원 Vs 심판론 류삼영
동작을은 동작갑과 달리 보수정당의 공세가 주효했던 곳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이 연거푸 이겼지만, 2008년 총선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승리하며 물꼬를 텄다. 이번에 다시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곳이기도 하다. 나 후보는 민주당이 압승한 2020년 총선에서는 이수진 의원에게 7.1%포인트 차이로 졌다. 이 의원은 아직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가 12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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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는 이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21대 국회에선 정치가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 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주선 전 의원과 '땡벌'을 부른 가수 강진씨 등 다수의 호남 인사가 참석했다. 지역의 호남 표심을 노린 것이다. 나 후보는 조부가 전남 영암 출신이라고 언급하며 "저는 충청의 딸이자 호남의 손녀"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40대를 겨냥해 과학 중점 자율학교 도입을 비롯한 '교육특구 동작'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류삼영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당시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하며 '반윤석열'을 앞장서 외쳤다. 정권 심판론에 최적화된 인사인 셈이다. 류 후보는 "상대방(나 후보)이 중량감이 있다면 저는 청량감이 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어 동작을의 보수화 현상에 대해 "보수라고 해서 윤석열 정권이 잘 했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 아니냐"면서 "윤석열 정권이 3년 남았다. 공정과 정의가 없는 이런 상황을 알려드려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후보가 12일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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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의 성패는 중앙대를 끼고 있는 흑석동에 달렸다. 민주당이 휩쓴 지난 총선에서도 나 후보에게 7.3%포인트 더 많은 표를 몰아준 곳이다. '흑석 뉴타운' 재개발로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가 다수 들어서며서 유권자 특성이 달라졌다.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22.2%포인트(4,130표) 차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더해 사당2·3동의 경우 총선에서 20표 이내의 접전이 펼쳐졌지만,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15%포인트 넘게 승리했다.
다만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 파급력을 가늠할 수는 없다. 지난 4년 사이 흑석동과 사당3동에서 4,000여 명 가까운 주민이 빠져나갔다. 반면 진보세가 강한 사당5동에는 주민이 1,000여 명 늘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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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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