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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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총선에서 ‘전국구 의원’이란 이름으로 도입돼 올해 61년이 된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부적격 지원자가 몰리면서 비례대표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몫으로 비례 후보로 내정됐던 전지예(1번)·정영이(17번) 두 후보가 12일 잇따라 사퇴했다. 과거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반미 단체 ‘청년겨레하나’ 대표 이력과 사드배치 반대 시위 주도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자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요구한 지 하루 만이다.
거대 정당의 비례 1번 확정은 사실상 국회의원 당선증 교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 후보를 뽑은 연합정치시민사회 비례대표 심사위원단 자체가 한국진보연대와 겨레하나 등 친북 논란을 빚고 있는 단체 출신이 절반을 넘겨 “친북 성향 후보가 아니면 애초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여권 관계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진보당 후보 3인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진보당 자체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판결을 받은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인 데다가 후보들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거나 경기동부연합과의 연계설 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진보연합 몫의 용혜인 의원은 지난 총선 때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겠다는 것이다. 새진보연합은 용 의원이 주도하는 당이다. 결국 ‘셀프 공천’으로 비례 의원직을 연장하는 셈이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공공연하게 내세우며 사실상 민주당과 연대를 추진하는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황운하 의원은 지난 11일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두 사람은 각각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다가 12일 사퇴한 전지예 전 서울과기대 총학생회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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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530명(남성 331명, 여성 199명)의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받았지만 “필요한 인재라면 언제든지 추가 공모가 가능하다”(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며 문을 열어뒀다. 이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가 대부분”이란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실제 국민의미래엔 안상훈 전 사회수석, 천효정 전 부대변인 등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상당수 후보 신청을 했다.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진 뒤 비례대표로 재수를 노리는 인사도 있다. 지난 1월 국민의힘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김은희 의원이 신청하기도 했다.
원래 비례대표는 국회의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새로운 전문가에게 기회를 주는 창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비례대표는 본래 목적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4년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제가 병립형에서 준연동형이 되면서 위성정당이란 꼼수 정당을 파생시켰고, 이를 통해 검증되지 못한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쉬워졌다. 선거법상 3%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비례 의석을 한 석도 가져갈 수 없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도 안 되는 진보당이나 새진보연합은 3석가량 국회 입성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제도의 빈틈을 활용해서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비례대표제가 준연동형으로 된 이후 선정적·극단적 발언을 하거나 팬덤이 있는 정치인의 진출 통로로 변질됐다”고 했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문제로 임기 도중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전 의원,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 '청담동 술자리' 허위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 등은 모두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조진만 덕성여대(정치학) 교수는 “각 당 지도부가 ‘정당 나팔수’나 ‘돌격대’ 역할을 하는 사람을 비례대표로 발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정치학) 교수는 “논란이 된 의원을 따지다 보면 상당수가 비례대표인 경우가 많다. 비례대표 무용론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허진·김정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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