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혐의
장관퇴임후 교체한 폰 제출뒤 출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수사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호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수사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조치를 반대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7일 진행한 이 전 장관 조사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못 미쳐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사팀은 소환 조사를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호주 대사 신분인 이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수처 관계자는 “외교관들도 국내로 들어올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 전 장관이) 소환이나 이런 것에서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한 게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해병대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한 후 이를 번복해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등의 고발로 지난해 9월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올 1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이달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되자 7일 불러 4시간 동안 약식 조사를 진행했고, 이 전 장관은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8일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7일 조사에서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결정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팀은 법무부에 원칙적인 입장을 냈다. 방조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것에 반대했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압수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참고인 및 피의자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다만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가 당분간 어려운 데다, 이 전 장관이 퇴임 이후 교체한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1월 실시한 압수수색에서도 이 전 장관은 대상자가 아니었다.
이 전 장관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수사에 아무런 외압을 행사하지도 않았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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