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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쿠팡에 자동화 로봇 납품한 이 회사 대주주, 상장 직전 반값에 지분 매각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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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의 자동화 로봇 납품사로 유명한 씨메스가 상장 전 지분 매각에 나섰다. 증시 입성을 위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전에 두고 대주주가 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라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비즈

자동차 생산 공정에 적용된 씨메스의 자동화 로봇. /씨메스 제공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메스는 최근 약 10%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성호 대표를 비롯해 총 3명의 공동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 일부로, 약 1900억원 기업가치로 금액 기준 200억원어치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씨메스는 비전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전문기업으로 2014년 설립됐다. 로봇의 ‘눈’ 기능을 하는 비전 기술과 ‘두뇌’ 역할을 하는 AI 알고리즘을 앞세워 쿠팡의 자동화 물류센터, 현대차·기아 조립 공정에 쓰이는 비정형 작업용 로봇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 대표 등 씨메스 대주주의 구주 매각을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씨메스는 이달 말 한국거래소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인데, 상장 후 지분 매각 혹은 공모주식에 구주매출을 포함할 경우 더 비싼 값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씨메스는 IB업계 평가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획득, 상장 후 몸값 4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대로라면 상장 후 대주주 지분 매각 시 현시점 지분 매각보다 두배로 높은 가격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작년 ‘파두 사태’를 계기로 이익 미실현 기술특례 상장 기업을 향한 한국거래소의 깐깐한 심사 기조가 이번 대주주 지분 사전 매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보수적인 실적 전망 요구를 넘어 공모 구조도 시장 친화적으로 짜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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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씨메스 대표. /씨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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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은 1년 보호예수가 원칙이지만, 최근 ‘1+2′ 형태로 3년 보호예수를 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3년이 지났다고 해서 그때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도 사실은 쉽지 않다 보니 미리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씨메스 대주주 지분 인수를 타진하는 곳은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과 현대차로의 비전 로봇 납품 성과 등으로 씨메스를 향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탓이다. GS리테일과 SK텔레콤 등 대기업은 이미 씨메스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한편 씨메스는 2021년 25억원 매출을 낸 이후 2022년 46억원, 2023년 76억원 등으로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쿠팡과 현대차 외에도 나이키, CJ대한통운, LG전자, LG이노텍 등으로의 제품 납품도 예정했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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