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선거 투표용지 정당 기호
현역 의원 수 많은 순서로 결정
신생정당들 의원 수 동일하면
‘추첨’ 통해 비례 기호 정해져
거대 양당, 선거 운동 이점 위해
위성정당에 ‘현역 파견’ 나설 듯
지난 6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보안자문위원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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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관심 적은 유권자, 윗 번호 선택 확률↑…정당들 상위 순번 배치 위해 경쟁”
10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의 정당 기호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22일) 기준으로 현역 의원이 많은 정당 순으로 결정된다. 같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일 경우, 최근에 실시된 비례대표 선거 득표수 순으로 기호가 배분된다. 신생정당은 최근 선거 득표수가 없기 때문에 당 대표나 대리인의 추첨으로 결정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로 생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의석수는 현재 4석으로 동일하다. 개혁신당 현역은 양향자·이원욱·조응천·양정숙 의원이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박영순 의원에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홍영표 의원이 합류하면서 현역이 4명으로 늘었다.
상위 순번을 확보할 경우 득표에 유리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송진미·허석재 입법조사관은 최근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용지 구성의 쟁점’ 보고서에서 “정당들은 상위 순번에 배치될수록 더 많이 선택받을 수 있다는 인지심리학적 근거(순서효과)에 따라 선순위 확보를 위한 경쟁을 해왔다”며 “정보와 관심이 적은 유권자일수록 윗 번호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지할 정당이 분명한 유권자도 그 정당이 상위에 있다면 투표선택이 보다 용이해진다”고 설명했다.
국회 앞에서 투표하는 퍼포먼스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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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모두 현역 의원 추가 확보를 위해 계속 물밑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보다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당은 거대 양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하는 현역을 노리고 있는데, 추가 이탈 의원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후보자 등록 마감일까지 현역 의원을 추가 확보하지 못하면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추첨을 통해 기호를 받아야 한다.
조국혁신당과 자유통일당도 마찬가지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출신 황운하 의원이, 자유통일당은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이 각각 합류해 1석씩을 확보한 원내 정당이 됐다. 이들 정당도 추가로 현역 의원이 입당하지 않으면 추첨에서 기호 경쟁을 벌이게 된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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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힘, 위성정당으로 ‘의원 파견’ 나설 것”
현재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면 비례대표 투표용지 기호는 민주당이 1번, 국민의힘이 2번, 녹색정의당이 3번이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위성정당을 따로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에는 기호 3번 정당부터 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와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현역 의원을 6명 넘게 확보한다면 녹색정의당(6석)을 3번 자리에서 밀어낼 수 있다.
송 조사관과 허 조사관은 “위성정당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본(本) 정당에서 위성정당으로의 ‘의원 파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비례대표선거 투표용지 상위 순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앞두고 양대 정당 출신 인사들이 창당하면서 이들 간에도 상위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가 정당투표 기호 ‘4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역 의원 파견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미래가 기호 4번을 노리는 것은 정당투표 용지에서 더불어민주연합에 이어 ‘두 번째 칸’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서는 더불어민주연합 파견 규모보다는 적고, 녹색정의당 또는 22대 국회 원내 진입을 노리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등 군소 신당보다는 많은 의석수가 필요하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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