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이었으나 최근엔 보수세 강해져…스윙보터·중도층 표심 경쟁
윤희숙 "재개발 규제 갈증 해소", 전현희 "중학교 확충 등 민생 해결로 승부"
중·성동갑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 |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김철선 기자 = "민주당 세(勢)가 강한 지역이라는 건 옛날 말 아닌가요?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전에는 선거 때면 으레 민주당이 또 되겠거니 했는데 지금은 누가 이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에서 만난 '토박이 주민' 김모(57)씨와 박모(61)씨는 총선을 앞둔 지역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번 총선의 핵심 승부처 '한강 벨트'에 속한 서울 중·성동갑은 '예측불허' 판세 탓에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거대 양당은 이곳에 나란히 '여전사'를 내보냈다. 국민의힘은 윤희숙 후보로 탈환을 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전현희 후보에게 수성을 맡겼다.
중·성동갑 민주당 전현희 후보 |
최근 국회의원 선거(17∼21대) 결과만 보면 이곳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총선에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진수희 후보가 당선된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고, 이곳 현역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9대 총선 때부터 내리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엔 보수 세가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 2022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우세를 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성수동 일대에 고가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왕십리, 행당동, 도선동 등 뉴타운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표밭 자체가 '강남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지난해 공개된 아파트 공시가격 전국 5위를 찍기도 했다.
어느 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아닌 만큼 각 당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중도·무당층이나 '스윙보터' 표심 잡기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뚝도시장에서 48년째 수선집을 운영하는 호남 출신 주복덕(77)씨는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부터 국회의원은 쭉 민주당만 찍다 지난 대선에서만 국민의힘을 찍었다"며 "하지만 요새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을 바로잡아 줄 민주당을 뽑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출근길 마장역에서 만난 회사원 박모(44)씨는 "두 후보 다 동네에 갓 꽂힌 사람"이라며 "그러면 당을 보고 찍어야 하는데 하는 걸 보면 두 당 다 싫다. 나중에 지역 공약이나 보고 찍든지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성동갑 윤희숙 후보 |
윤희숙 후보는 '일꾼론'을 설파 중이다. 그는 지난 5일 성수동 뚝도시장에서 "민주당 '여전사' 전현희 후보는 싸우러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난 여전사가 아니라 해결사가 될 것이다. 난 일하러 왔다"고 말했다.
여당의 '경제통' 윤 후보는 새벽 출근길 인사부터 퇴근길 인사까지 '상대가 한 걸음 뛸 때 난 열 걸음 뛰겠다'는 각오로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출마 선언 직후 행당동에 전셋집을 얻었다.
시장 골목에서 한 할머니가 윤 후보를 알아보고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화면보다 훨씬 예쁘다. 이번에 꼭 찍겠다"고 말하자 윤 후보는 "소문 좀 내달라. 감기 걸리지 않으셔야 투표장에 가실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스스로 MBTI(성격유형검사) 검사 결과 대문자 'I'(내향형)라는 윤 후보지만, 손님이 없는 오후에 '고스톱'을 치는 식당 주인 부부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들거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자신의 유튜브 구독 방법을 설명하는 등 유권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중심의 독점적인 권력 구조로 억눌렸던 성동구가 달라질 수 있다는 느낌을 주민들에게 주고 싶었다. 와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건너 강남의 성장을 지켜봐 온 성동구 주민들은 발전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각종 규제로 재개발이 표류해 왔는데 그런 갈증들을 해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중·성동갑 민주당 전현희 후보 |
전현희 후보는 '민생 전문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비가 오던 지난 7일 도선동 상점가에서 "상대 후보가 책상 앞의 '교수님' 출신 경제 전문가라면 국민권익위를 이끌었던 난 현장을 발로 뛴 유능한 민생 전문가"라고 말했다.
상인과 시민들에게 줄곧 허리를 숙이며 '눈도장'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점퍼엔 '주민·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해바라기를 달았다.
지난달 27일 전략공천된 그는 요새 새벽부터 오후 10∼11시까지 촘촘한 선거운동 일정을 짜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 재선 의원(16·17대) 출신의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곳에서 컷오프된 만큼 지역 조직의 화합 등을 위해 기다리다 지난 5일에야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전 후보가 한 카페에 들어가 인사하자 차를 마시던 신우석(63)씨가 전 후보를 반기며 "성동에 드디어 오셨다. 권익위원장 때 고생하셨다. 응원한다"면서 커피를 건네기도 했다.
전 후보는 "여기 와보니 스윙보터 지역이더라. 왕십리 뉴타운 중학교 확충 등 각종 민생 민원 해결력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다. 조직도 추슬렀으니 태풍이 불어닥칠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역 내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취약지'라면서도 "난 20대 총선에서 당의 불모지 강남을에서도 당선된 사람"이라며 "시민들이 명함을 받고 찢어버리던 그때 비하면 지금은 정말 분위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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