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신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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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의 신사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차 사업은 최근 접었고, 지난달부터 판매한 공간컴퓨팅 기기 ‘비전프로’는 성능에 실망한 이들의 환불사태를 겪고 있다. IT업계 미래로 떠오른 생성 AI 서비스는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7일(현지시간) 기준 애플 주가는 169달러로, 올해 1월 2일(185.64달러) 대비 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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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어려운 이유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간 애플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영역을 명확히 설정해 연구에 필요한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다. 예컨대, 애플의 주력 제품인 맥북,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은 모두 휴대용 IT기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제품군 가짓수를 줄이고 중앙처리장치(CPU) 등 핵심부품을 공유해 제조원가를 절감했다. 그러나, 최근 공력을 집중했던 애플카와 비전프로 등은 공통점이 없고, 필요한 기술 분야가 다양해 시너지를 만들기 힘든 사업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새롭게 집중할 시장을 명확히 정했던 반면,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신사업 선정을 제대로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라며 “자율주행차·공간컴퓨팅의 핵심역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기술적 우위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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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업 더딘 이유
애플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포함한 생성AI 기술 연구 성과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아이폰이나 맥북 등 자사 기기에 AI를 적용하는 것에 몰두해왔다. 애플의 운영체제(OS) 내에 사진 파일을 AI로 인식해 자동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술이나, 채팅하면 추천하는 단어를 AI가 자동으로 완성하는 기술 등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의 AI 기술은 배경에서 작동(works in the background)하기 때문에, 경쟁사처럼 나서서 이를 어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자사 기기 간 연동을 강화하고, 경쟁사 기기를 배제하는 폐쇄적 생태계 운영이 AI 사업 발전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홍인기 경희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AI는 열려있는 생태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폐쇄적 전략을 고수하는 애플의 기업문화와 전략이 AI 사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애플의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로 AI를 꼽는다. 애플은 AI를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을 탄탄히 갖추고 있어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 중 애플 비중은 50%다. 2위에 오른 삼성전자(16%)와 3위 샤오미(7%) 등을 큰 차이로 앞섰다. 미국 투자은행 오펜하이머 마틴 양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6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AI 관련 유망한 기술(소프트웨어)을 만든다면, 수십억 개 기기로 하룻밤 안에 소비자들에게 도달시킬 수 있다”며 “이런 독보적인 시장 접근성은 경쟁자들이 보유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비전프로. 사진 인터넷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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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오는 6월 애플 개발자 회의(WWDC)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I 기술과 관련된 진전된 성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팀 쿡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올해 중으로 성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규제와 판매 부진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애플에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EU는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 첫날인 7일엔 "애플이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막았다"는 에픽게임즈 주장과 관련, 애플의 설명을 요구했다. 주요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아이폰의 판매 부진도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24%가 줄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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