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루나=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할 듯
증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피해자들 "권도형 미국으로 보내달라"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5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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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받을 수 있는 형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국 검찰은 지난 2022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권 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문제는 권 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법원 입장에선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루나의 '증권성'에 권 씨의 운명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한국 송환 결정
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인도 결정에 대한 권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판단했다.
권 씨의 한국 송환이 확실시되면서 권 씨가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처벌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루나 사태' 피해자들은 권 씨의 미국행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피해 구제가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처벌 수위라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서 권 씨는 국내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테라·루나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 루나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법조계 "'루나=증권' 어렵다"…권도형 형량 줄어드나
따라서 권 씨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주요 '키'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여부다.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해야만 권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 만약 루나의 증권성이 부정되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형량이 크게 줄어든다.
법원은 이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게 자칫 가상자산의 증권성 잣대를 세우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형사재판에서는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는 "검찰이 공범들에게는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므로 권 씨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며 "다만 검찰의 주장은 '루나'가 증권이라는 것이지, 이게 다른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선례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법원이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미국보다 증권의 범위를 더 좁게 보고 있어 증권에 해당하기가 더 어렵다. 법조계에서도 루나를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리플과 SEC 간 재판에서 리플랩스를 처벌하기 위해 리플(XRP)의 증권성을 확인받아야 했는데, 증권성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SEC가 일단 겁주기식 기소를 진행하지 않았나"라며 루나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미국 법원은 리플랩스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가상자산 리플(XRP)의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리플랩스는 SEC를 상대로 일부 승소한 바 있다.
루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될 때에도 금융당국이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되기 더욱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만약 루나가 증권이었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못하도록 당국의 제재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루나는 이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했던 코인이고, 그때도 금융당국은 별 입장이 없었다"며 "만약 루나가 증권이라면 거래소들이 불법 증권을 방치한 셈인데, (이를 고려하면) 루나가 증권이라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봤다.
이처럼 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루나에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권 씨의 한국 송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테라·루나 피해자 모임은 성명을 내고 "한국에서는 1심 선고로 중형이 내려져도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돼 처벌이 되지 않고 출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루나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권도형을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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