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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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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맘 잡아라…삼성맨∙현대차 사장∙하버드 출신 고스펙 3파전 [총선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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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엄마들, 교육열이 엄청 높거든요. 그거 무시할 수가 없어요.”

중앙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경기 화성을 후보가 7일 경기 화성 동탄목동초등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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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화성 동탄역 인근 상가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업자 최미선(48)씨는 4·10 총선에서 화성을 민심을 좌우하는 건 학부모라고 귀띔했다. 이번 총선에서 화성을 분구가 확정되면서 동탄 1ㆍ2ㆍ5동은 화성정 선거구로 떼어지고 화성을엔 ‘동탄2신도시’라 불리는 동탄 4ㆍ6ㆍ7ㆍ8ㆍ9동만 남았다. 최씨는 “동탄2신도시엔 강남이나 분당 출신에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집이 많다”며 “이들 학부모는 딱 자기 집, 자기 애들 이익에 맞춰서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확정된 대진표도 ‘고스펙 라인업’으로 꾸려졌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ㆍ컴퓨터과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유학파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9호 영입인재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이달 초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도 5일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삼성맨’ 한정민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세 사람은 삼성전자 화성ㆍ평택캠퍼스와 대기업 연구단지 등 인근에 포진한 산업벨트를 확대해 “화성을을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구 인지도가 강점인 이 후보는 7일 오전 동탄목동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부모를 공략했다. 주황색 점퍼를 입고 ‘동탄과 이준석, 새롭게, 더 크게’라는 패널을 든 이 후보가 연거푸 허리를 숙이자 젊은 남성은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고, 버스 안에서 ‘화이팅’ 자세를 하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우르르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들이 “우와, 이준석이다”라고 외치자 이 후보도 “안녕 얘들아”라고 답했다. 조모(50)씨는 “이준석말고 다른 후보 이름은 처음 듣는다”며 “개혁신당이 ‘카카오톡으로 동네에 필요한 걸 알려달라’고 현수막을 걸었던데 신선하더라”고 말했다.

떨떠름한 반응도 있었다. 중3·고3 자녀를 둔 이수정(48)씨는 “이 후보가 그럼 여기로 이사 오는 거냐”며 “예전부터 있던 것도 아니고 좀 생뚱맞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배모(44)씨는 “이 후보가 똑똑하긴 한데…”라며 “같은 편이 많아야 일을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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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가 6일 동탄호수공원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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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인 공영운 후보의 기세도 만만찮았다. 화성을은 21대 총선까지 개혁신당 이원욱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 했고,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8.8%포인트(화성시 기준) 앞선 텃밭이다. 전날 동탄호수공원에서 출마를 선언한 공 후보가 “화성은 현대차를 키운 도시고, 저는 그 현대차에서 18년 일했다. 이제 저는 동탄의 미래를 이끌어갈 엔진이 되겠다”고 하자, 현장에선 “민주당 화이팅”이란 응원이 나왔다. 한 60대 남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잡았는데, 입법부까지 잡으면 안 된다”며 “누가 나오든 민주당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엔 민주당에 표를 안 주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유경애(69)씨는 “젊은이들이 내내 민주당만 찍었는데, 좋아진 게 없다”며 “확 바꿔버려야 정신을 차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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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후발주자인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는 같은 날 등에 ‘삼전(삼성전자)출신 영입인재’라고 적힌 붉은 색 점퍼를 입고 동탄호수공원 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로 첫 선거운동에 나섰다. 전날 공천이 확정된 만큼 주민 다수는 한 후보의 이름이 낯선 듯 점퍼 문구를 자세히 쳐다봤다. 85석인 복지관 식당이 금세 꽉 차 대기줄이 길어지자 한 후보는 김봉복 화성시의원에게 “노인분들은 여기 토박이이신데, 도시가 커졌는데도 갈 곳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배식봉사를 끝낸 한 후보가 호수공원으로 이동해 명함을 나눠주자 “아 삼성전자! 봤어요”라고 외치는 주민이 늘어났다. 한 70대 남성은 “나도 그쪽(국민의힘)이야”라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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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정민 경기 화성을 후보가 6일 오후 동탄호수공원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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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어린 자녀를 둔 정모(40)씨는 “물가가 올라 물 한 병 사기도 무섭다”며 “이 동네는 젊은 사람이 많아 국민의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을은 젊은 도시다. 지난 2월 기준 이 지역 평균 연령은 34.6세로, 전국 평균 연령(44.9세)보다 10세 어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른바 ‘동탄맘’을 사로잡을 교육정책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입시생 부모인 이수정씨는 “다른 데는 저출생이라는데 동탄은 학교가 포화상태”라며 “당장 애들이 갈 학교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규(42)씨도 “반도체 관련된 고등학교나 특목고가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후보도 이런 정서를 공략 중이다. 이 후보는 ▶동탄신도시를 교육특화지구로 지정하는 특별법 제정 ▶경기남부과학고 신설을, 공 후보는 ▶중ㆍ고등학교 신설 ▶동탄 중심 국가전략산업 테스트베드 조성을, 한 후보는 ▶국제학교ㆍ외고ㆍ반도체특성화고 설치 ▶화성교육지원청 분리 신설을 내세우고 있다.

■ “노인들은 ‘독 안에 든 쥐’”…최대 화두는 지하철, “분당선ㆍ1호선 연장” 공통으로 내세운 3후보

경기 화성을 유권자의 주요 화두는 교통 문제다.

2023년 화성시가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화성시민들은 통근ㆍ통학 교통수단 가운데 승용차(58.2%)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그다음이 버스(23.2%)와 걸어서(12.5%) 순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이는 2.5%에 그쳤다. 거주 지역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화성시민에게 이유를 물었을 때 ‘교통이 불편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49.6%에 달했다.

최대 불만은 서울까지 가는 지하철이 없다는 점이다. 동탄2신도시에 2년째 거주 중인 김모(52)씨는 “지하철이 없어 서울에 나갈 땐 배차 간격이 긴 광역버스밖에 탈 게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수서고속열차(SRT)가 동탄역에 서지만, 요금이 7000원을 넘는다. 김씨는 “출퇴근자를 위한 SRT 할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전이 힘든 노년층은 “독 안에 든 쥐 신세”라고 한탄한다. 최무렬(84)씨는 “여당이고 야당이고 1~2년 안에 전철을 해준다면 거길 찍겠다”고 말했다.

이준석(개혁신당)ㆍ공영운(더불어민주당)ㆍ한정민(국민의힘) 후보 모두 교통 공약을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설계 중인 동탄 트램(도시철도) 조기 착공과 지하철 분당선ㆍ1호선 연장은 세 후보의 공통공약이다. 공 후보는 “동탄 트램과 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광역버스 노선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도 “분당선을 동탄으로 끌어오겠다. 1호선도 서동탄역에서 동탄역까지 조속히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별도로 경부고속도로 IC(나들목) 설치를 공약한 이 후보는 “남동탄 지역에서 기흥IC 진입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학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성지원ㆍ박건ㆍ장서윤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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