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마치며 참석 청년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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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민생 토론인가, 토론을 빙자한 선거 개입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가 정치권의 쟁점이 됐다. 먼저 화살을 쏘아 올린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이 간담회를 명목으로 공약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3·15 부정선거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힐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전국을 누비며 공수표를 남발하고 약 925조원의 퍼주기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현장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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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백화점식 업무보고보다는 민생과 밀접한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민생토론회가 17회차를 맞았다. 여론의 반응이 좋아 대통령실에선 히트상품으로 통한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검사 시절 현장을 검증하며 책상에서 놓친 증거를 찾은 경우가 있었다”며 “임기 동안 민생토론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생토론회를 여는 이유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듣고 즉각 문제를 해결해 드리기 위해서”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생토론회는 경기 용인과 일산, 의정부, 수원 등 수도권에서 시작해 부산과 울산, 대구 등으로 이어져 왔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 때마다 재건축 완화(일산), GTX D·E·F신설(의정부), 가덕도 신공항 신속 추진(부산), 그린벨트 해제(울산) 등 맞춤형 지원책도 함께 내놓고 있다. 대학생 장학금 확대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파격적 정책도 연이어 공개됐다.
신재민 기자 |
야당의 총선 전 선거 개입 지적에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2020년을 생각해보라. 코로나 앞두고 돈 살포했던 거 기억 안 나나. 그게 정치 개입”이라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총선 전 재난지원금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집권 시절 현금을 살포했던 민주당이 선거 개입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전례가 없다”고 반발한다.
총선 당해 2월을 기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대통령실) 밖을 나섰던 공개 행보는 각각 8회와 3회였다. 윤 대통령은 12회다. 문 전 대통령은 주로 코로나19 관련 행보를, 박 전 대통령은 전통시장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찾았다. 지역 관련 정책을 발표한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윤 대통령의 2월 행보 대부분은 민생토론회(8회)다. 방문 지역도 편중돼 야권 강세 지역인 호남에선 아직 열리지 않았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영남과 충청에서만 민생 토론회가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면 호남 패싱이자, 자칫 선거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민생토론회를 마친 뒤 충남 서산 동부 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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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민생토론회를 법적으로 선거 개입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을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지난 총선에서 재난지원금 살포로 ‘선거 전 대통령이 자제해야 한다’는 관행은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수백조 퍼주기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900조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거기엔 삼성이 투자 계획을 밝힌 600조를 포함해 다양한 민간 투자액이 포함된 숫자”라고 말했다. 이어 “민생토론회 관련 정책에 들 실제 예산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쳐 쓰일 GTX 공사비”라며 “호남 민생토론회 개최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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