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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컴백' 불안했나...EU '무기 자급자족' 담은 첫 방산전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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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첫 방산 전략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 중심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 대선 결과 등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며 안보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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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서 방산 정책을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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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럽방위산업전략(EDIS) 통신문'과 전략 이행을 위한 첫 번째 입법 패키지인 '유럽방산프로그램(EDIP)'을 발표했다. 후속 입법 패키지도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통신문은 EU가 추진하는 정책의 전반적인 구상을 담은 문서를 일컫는 말이다.

이번 방산 전략의 핵심은 '유럽 내 무기 자급자족'이다. 집행위는 통신문에서 2030년까지 각 회원국이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내에서 지출하라고 권장했다. 2035년에는 6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27개 모든 회원국이 대상이다.

이런 권장안이 나온 건 EU 국가들이 주로 역외에서 무기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2016년 EU 회원국은 무기의 60% 이상을 비회원국에서 들여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에는 이 비중이 80%로 많이 늘어났다. 특히 미국산 무기가 전체 수입 무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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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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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문엔 2030년까지 EU 역내에서 방산 거래 규모를 현재의 15%에서 35%로 확대하고, 새로 구입하는 군사 장비의 40% 이상은 공동구매로 사자는 제안 등도 담겼다.

EU가 199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방산 전략을 내놓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크다. AP통신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유럽의 무기 제조 능력은 현저히 약화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싶어도 탄약이 부족하자, EU 내에서는 방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렸다"고 설명했다. EU는 지난해 3월 1년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탄약 100만 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절반밖에 전달하지 못했다.

EU가 기대온 미국 중심의 안보 공동체 나토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방산 전략 수립에 한몫했다. 유력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미국은 나머지 회원국의 분담금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돈(GDP의 3.49%)을 나토에 투입하고 있어, 탈퇴할 경우 나토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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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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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원이다. EU집행위는 일단 2025∼2027년 예산안 중 15억 유로(약 2조원)를 방산업계 지원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방산업체 인센티브 등 EU가 내놓은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크게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정해진 예산안의 틀이 있어 국방에 쓸 수 있는 돈은 연간 수억 유로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방 정책이 각국에 민감한 기밀 사안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로이터통신은 "EU집행위의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27개 회원국 정부와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각국 정부는 국방·군사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U의 자급자족 전략이 그간 유럽에 적극적으로 무기를 수출해 온 미국과 한국 방산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를 받자 "미국과 한국 방산업계에 안 좋은 소식일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우리가 아는 건,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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