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 밖에서 취재진에게 국감 파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피켓을 좌석마다 붙인데 대해 국민의힘이 국감장 출입을 거부해 회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5일 한 위원장은 주요 당직자와 공천 확정 후보자들에게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자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청년 5명이 '영국에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신청했다"며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어 재정국장이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를 갖고 영국에 다녀왔다. 그중 한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지만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운 선례"라고 덧붙여 논란을 불렀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막말로 참패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호기심으로 n번방에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로 전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n번방을 가볍게 인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서울 종로구에서 39.97%를 얻으며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막말로 후보가 제명되기도 했다.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한 차명진 후보는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2019년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발언해 '유가족 비하 논란'이 일었다. 당에서 제명 조치를 하자 차 후보는 "막말 프레임을 씌워 매도한다"며 오히려 세월호 유가족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법원에서 당의 제명 조치를 무효화해 차 후보는 총선에 나섰으나 패배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만 얻어 참패했다.
진보 진영 역시 막말로 인해 총선에서 골머리를 썩은 적 있다.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도 막말 논란에 시달렸다. 민주통합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등 진보 진영 단일대오를 내세웠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의 김지윤 청년 비례대표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비유하면서 중도층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 김 후보는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 경선에서 5명 중 4위를 해 탈락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패널로 인기를 끌어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을 통해 막말과 욕설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2004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노인들이 시청역에 오지 못하도록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버리자"고 발언하는 등 노인 비하를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후보 역시 당시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게 패배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명박 정권 심판론 등 효과를 보지 못하고 지역구에서 10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총선 막바지로 갈수록 막말 같은 돌발변수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위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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