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한 마디로 재료(인물)가 정말 없다."
최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여당 공천 작업이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호평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이어져온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가 걷히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공천' 논란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동·혁신 없는 공천'이란 비판이 나왔다. 일부 정무적 고려가 들어가거나 1명의 실력이 압도적이라 단수추천한 경우를 제외하면 '경선 원칙'을 지킨 탓에 공천 룰이 현역 등 기득권에게 유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누가 봐도 퇴출됐어야 하는 당협위원장·의원들을 거르지 못한 것은 맹점"이라고 짚었다.
여당의 '조용한 공천'에 대한 비판은 오래 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명(비이재명)계 공천학살 논란으로 크게 몸살을 앓으면서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시달리는데, 여당 공천에서 새로움과 감동을 찾으며 비판하긴 좀 민망하다. 상대가 너무 못하면 기본만 해도 점수를 따기 마련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조용한 게 감동이다" "헌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여당이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지난 총선에서 103석밖에 얻지 못한 국민의힘은 현재의 지역구를 최대한 사수하고도 한참 더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정치개혁에 반하더라도, 신인들의 낮은 인지도를 고려할 때 '이기는 공천'을 위해선 현역들을 최대한 살려서 가야 한다.
정치 지망생의 층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엔 다양한 분야의 이름난 인재들이 여의도 입성을 꿈꾸고 도전했지만 지금은 의원직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줄었단 것이다. 정치혐오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공관위 관계자는 "진보는 정치가 생계가 되지만, 보수는 먹고 살 만하면 굳이 정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반면 일부 의원실을 중심으로 "지역구 관리만 잘 하면 평생 국회의원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도 들린다.
국가의 예산과 법안을 다루는 국회의원 선거다. 공천 잡음의 정도를 따지기 전에 정치하려는 이들이 줄고 있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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