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간소화하는 법안 계류중
반대하던 당정 '추진'으로 선회
대통령실도 "글로벌 스탠더드"
이한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총괄조정관(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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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대체조제 활성화' 카드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동일한 성분과 효능이 있다고 증명된 다른 약으로 환자와 의사에게 알리고 조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환자의 편의와 약제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 외국에선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선 의사의 반대와 직역 간 갈등으로 거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이슈는 의료계와 약사업계가 대치 중인 사안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대체조제를 장려하는 법안을 논의해왔지만 정부와 여당, 의료계의 반대로 관련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 방침을 놓고 전공의 90%가 환자의 곁을 떠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필수의료시스템 붕괴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여당이 지지부진한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급선회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대체조제 활성화와 관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추세"라고 긍정 평가하고 있어 향후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권 핵심부에 따르면 의료대란 장기화 속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 대한 압박 카드로, 대체조제 활성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전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신규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1~4년차 9970명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90.1%인 8983명으로 집계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료계에서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반발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의료계 입장만 들어줄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료계에서 반발해왔던 대체조제 활성화도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권은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나 대체조제 활성화의 파급력이나 정책적 효과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체조제 활성화는 매우 큰 갈등 요소로 검토 자체만으로도 의료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체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기도 하다. 야당에서 권고했던 사안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이 제각각 상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동일한 성분인데도 일부 약은 품절되는 등 의약품 수급 불안정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체조제가 거론돼왔다. 이에 의료대란 속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대체조제가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실제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정원 확대 규모를 일부 줄이는 대신 '대체조제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권에선 연간 2000명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대체조제를 촉진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은 여당의 반대 속에 해당 상임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일부 환자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약사가 대체조제 후 처방의사뿐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통보할 수 있도록 해 대체조제를 쉽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직역 간 갈등 등으로 현재도 계류 중이다. 또 복잡한 절차 등으로 현재 저가약 대체조제율은 1%대에 그치고 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야당이 대체조제 활성화를 촉구하고 여당이 막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막기도 어려울 것 같다"며 "대체조제는 전공의뿐 아니라 개원의들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체조제 활성화가 법으로 보장될 경우, 제약업계에선 초점을 의사가 아닌 약사에 집중할 수 있어 주도권이 약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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