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에 전국 40개 의대가 3,401명 증원 신청했다고 밝힌 5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의대생들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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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보유한 전국 40개 대학이 내년 총 3401명의 증원을 희망한 가운데, 전국 3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행정소송을 5일 제기했다.
전국 30개 의대 교수 대표 33명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을 위임받은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복지부 장관 등의 의대 증원 처분은 헌법원칙을 위반한 의료농단”이라며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대학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는 무권한자이므로 이번 증원 결정은 당연무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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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은 헌법 위반한 의료농단”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입학정원을 결정해야 하는데, 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6일 2000명 증원 결정을 먼저 발표했으니 이 결정을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한 후속 조치도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또 “복지부 장관 등의 이번 증원 결정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수렴을 전혀 하지 않아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도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인 김창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6일 이뤄진 의대 증원 결정 발표는 복지부에서 했고 교육부와 협의도 거의 없었다”며 “대학 입학정원을 결정하는 원칙이 흔들린 것”이라고 행정소송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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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에 사직 고민, 사태 오래갈 것”
각 의대 교수협의회와 학장단 등은 대학본부(총장)가 정부에 증원 수요를 제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문제제기해왔다. 의대 증원을 크게 늘리는 게 대학 평판 향상 등에 이득인 총장 입장에서는 실제 교육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수요를 제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전국 의대 학장단은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고 거듭 밝혔으나, 이날 집계된 3401명은 지난해 이뤄진 1차 조사 결과(최소 2151명, 최대 2847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김경진 기자 |
김 회장은 “의대 교육에 대해 비전문가인 총장들이 향후 있을 교육부의 지원 등을 고려해서 신청한 숫자에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겠느냐”며 “국가의 중요한 대계를 이런 식의 설문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은 국격에 전혀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런 증원 절차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대거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교수들 사직은 아마 당연히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대 교육이나 전공의 지도 등은 의대 교수라는 고유한 전문 직업인의 역할인데, 비전공자인 총장이 증원을 결정함으로써 이를 모욕했다. 그걸 (교수들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나간 구멍을 교수들이 열심히 메우며 진료를 보고 있었지만, 과연 그게 정당한지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교수들이 소위 말하면 뚜껑이 열렸다. 죄송스럽지만, 이 사태는 정말 오래 갈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교수협의회가 정부와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이토록 무시하는데 왜 대화에 나서야 하느냐”며 “교수들이 사직한다고 해도 이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비폭력·무저항·포기’, 이 세 가지가 키워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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