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대란'의 서막, 전공의 사직 1주 차
2월19일 전공의 집단 사직 초읽기에 긴장 고조
연이은 전공의 사직 물결···근무 이탈 실행 옮겨
정부 연이은 강경 대응에도 전공의 복귀 미지수
환자·간호사·구급대원들 의료현장서 불안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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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줄이탈한 지 2주째인 4일, 여전히 이들의 병원 현장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전국 의사들이 전날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개최하며 정부와 ‘강대강’ 날 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불안을, 남은 의료 종사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의사들이 현장으로 복귀할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고비가 될 수도 있다는 파업 2~3주 차에 들어선 4일, 초유의 ‘의료대란’ 사태 첫 주를 톺아봤다.
“2월 19일까지 사직서 제출”…전공의 사직서 초읽기에 긴장감 돈 병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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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 내기로 함에 따라 이른바 ‘빅5’라 불리는 서울 시내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7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 제출을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다음날인 2월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의료 종사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전공의들이 사직을 예고한 전날인 2월 19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을 찾은 70대 김 모 씨는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뒤집힌다”면서 “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전공의 파업 전날이었지만 이미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게 진료 연기 문자를 보내는 등 전공의 이탈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면서 병원 안팎에서 환자들의 우려가 지속됐다.
전공의들의 줄이탈이 예상된 2월 19일, 의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등 집단 행동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공개되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중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해당 게시물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자료를)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면서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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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현실화에 환자들 ‘분통’···정부 비상 진료 체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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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이탈하기 시작한 2월 20일 오전, 우려했던 의료 공백이 현실화 됐다.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에 반발해 전체 전공의의 80%가 집단행동을 한 2020년 이후 4년 만에 벌어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또 다시 ‘의료 대란’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전공의 사직이 현실화 된 이날 신장 질환 진료로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지금 당장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면서 “나중에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고 전했다.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게 진료 시간 변경 및 예약 취소 안내를 전달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갑작스러운 전공의 파업에 병원과 환자 모두 갈팡질팡 하는 모양새였다.
서울 아산병원을 방문한 곽 모 씨는 “병원에서 소견을 듣는 게 늦춰질 것 같다고 전화를 받았는데 사정에 의해서 늦춰졌다고만 들었지 다른 말은 듣지 못했다”면서 “나는 죽니 사니의 문제다”라고 분노를 토했다.
시민들의 불안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했다. 또 집단행동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사태의 수습을 위해 결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월 20일 제12차 회의를 열고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의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2월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 첫날인 2월 19일 피해 신고는 34건이 발생했다. 이 중 27건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였고 나머지는 진료 예약이 취소되거나 진료가 거절된 경우였다.
한편, 파업 1일 차인 2월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서울 용산구 데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긴급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료계 현안과 파업에 대한 전공의 입장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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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정부···21일까지 전체 6112명에게 ‘업무개시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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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물결이 이어지던 2월 21일, 정부는 현장 이탈이 확인된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어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등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0일 “(전공의들이) ‘대마불사’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부는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처음부터 밝혀왔다”며 “2020년 의사단체 집단행동 때보다 기본 방침을 확고하게 세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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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 초입에 이미 들어선 21일, 전국에서는 이미 상급종합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시에도 입원실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전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에서 전원의 양상은 이전과 달랐다.
대구 소재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평소에 몇 시간에 한 번 들어오던 전원 의뢰가 오늘은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며 “뉴스를 접하고 아예 대학병원을 거치지 않고 이곳으로 직접 오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병원도 각지에서 몰려들 수 있는 환자 맞이 준비에 나섰다. 정부가 의료 대란 상황에서 응급환자 구호를 윟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한 12개 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의료 대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사태의 컨트롤타워를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으로 격상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도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전날인 2월 21일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 중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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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남은 자’의 몫···간호사·119대원도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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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을 체감하는 것은 비단 환자들만이 아니었다. 남겨진 의료진들도 몇 사람의 몫을 해내며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한 간호사는 “의사 업무를 덮어 쓰고 환자가 잘못될 경우 법적으로 간호사가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수술 동의서 설명은 원래 전공의가 하는데 간호사가 하는 중”이라며 “내일 아침에는 또 얼마나 동의서를 받으러 다닐까”라고 토로했다.
간호사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간협 서울연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을 불법 진료로 내모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협을 통해 입수한 한 사례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의료 공백이 생긴 부분을 남은 전문의들이 메우지는 않는다”면서 “의료 공백으로 인해 환자의 동의서 작성 설명, 정규·추가 처방, 카테터 제거 등을 지시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업무 가중에 이어 자칫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업무 범위로 인해 간호사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긴급 업무 지침을 통해 의료기관이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행위를 정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빠르게 원상복귀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간호사들에 대한 업무 전가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도 요원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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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2일 남편과 함께 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을 찾았다는 최 모 씨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들이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걸고 20여 분 동안이나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또 다른 환자도 이 같은 상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야간에 1~2팀 오던 것이 어제는 5~6팀이 들어왔다”면서도 “입원을 하지 못 해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특히 야간에는 구급대운들이 밖에서 계속 전화를 하면서 환자를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이 환자 이송이 어려운 병원에 대해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등 구급환자 이송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몰리는 응급 서비스 수요로 원활한 환자 분배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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