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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전공의 이탈 전임의로 채운다는데… 일반의·전공의·전임의 어떻게 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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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운 전임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2일 대형병원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이같이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전공의와 전임의는 어떻게 다른 걸까. 의대에 진학하면 모두 전공의가 되는 걸까.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불거진 ‘의료대란’ 속 의사 수련 과정과 용어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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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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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졸업 후 일반의, 전문의 과정 선택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과대학은 다른 4년제 대학과 달리 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합해 총 6년제로 구성됐었다. 정부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이어 예과와 본과 구분도 없앴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해 앞으로는 대학이 6년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수업연한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예과 1년+본과 5년’ 등으로 개편하거나 6년을 모두 본과 수업으로 통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의과대학 졸업 뒤 처음 4년(예과 1·2학년 본과 1·2학년) 동안은 기초 의학 과목이나 교양 과목 등을 수강했다. 본과 3학년부터 수련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하고, 졸업 후 국가고시(국시)를 치러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에 따르면 의사고시 합격률은 매년 95% 안팎이다.

의사 면허를 딴 후에는 대부분 일반의(GP), 전문의 과정으로 진로를 선택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의대 졸업생 90% 이상이 전문의 취득 과정을 밟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의 비율이 20%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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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2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 신현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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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는 졸업 후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개원가에 봉직의로 취업해 다양한 시술 기술을 배운 뒤, 일반의원을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의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과목은 단연 피부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일반의 신규 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2022년 사이 일반의원 진료과목 중 피부과가 전체 21.9%로 가장 많다. 이어 내과(10.8%), 성형외과(10.7%), 가정의학과(10.1%) 순으로 높았다. 최근에는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항목이 많은 정형외과나 마취통증의학과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의원의 경우 한가지가 아닌 여러 과목을 진료할 수 있다. 2018∼2022년 사이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일반의원은 총 979곳이며 신고한 진료과목 수는 3857개로 일반의원 1곳당 평균 3.9개의 진료과목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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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참석하는 한 의과대학 졸업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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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의사 10명 중 4명은 전공의

전공의는 의사 면허 취득 뒤 전문의 수련과정이 있는 대형병원에서 임상 수련을 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뜻한다.

2020년 시즌1, 2021년 시즌2가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캐릭터들도 전공의들이다. 시즌 1 당시 신현빈, 김준한, 안은진 배우가 ‘전공의 3인방’으로 열연했다.

인턴은 1년, 레지던트는 3∼4년 과정이다. 인턴은 전공과목을 정하기 전 여러 과를 거쳐보는 과정으로 ‘수련의’라고도 부른다. 인턴이 끝나면 전공과를 정해 레지던트로 다시 수련을 한다. 전공의를 레지던트로 한정해 부르는 경우도 많다. 레지던트의 경우 대부분의 주요 과들이 4년 과정이지만, 필수과로 불리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산부인과를 제외한 나머지는 3년제로 전환됐다. 내과는 2016년, 외과는 2018년, 소아청소년과는 2022년부터다. 이들과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전공의들을 유인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련병원들은 통상 인턴은 국시 성적과 면접으로, 레지던트는 필기나 면접, 실기 등을 거쳐 선발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 역시 소위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를 비롯한 수도권 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연봉도 비교적 높아서다. 지방 병원의 인턴 채용 규모가 적은 것도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전공의는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인데, 병원 의료진으로의 일의 비중이 작지 않다. 이들은 주로 수술 준비, 야간당직, 환자 진료기록부 작성 등을 도맡아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는 1만3000여명이다. 전국 수련병원은 현재 200여곳인데 이중 100곳에 전공의 95%가 몰려있다. 빅5 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7042명 중 약 39%인 2745명이 전공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비율이 46.2%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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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지친 의료진이 계단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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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고된 전임의…‘펠노예’ 은어도

전공의를 수료 후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에는 군복무를 하거나 개원, 봉직의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병원에 남는 전임의(펠로, 임상강사)도 있다. 자신의 전문분야의 세부전공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내과의 경우 순환기 내과와 호흡기 내과, 내분비 내과 등 다양한 세부전공이 있다. 또 교수가 되기 위해 전임의 과정을 밟는 경우도 많다.

전임의는 교수를 도와 입원환자 관리는 물론 외래진료, 수술 집도, 연구 등을 한다. 전공의 때보다 업무 범위가 넓고, 업무 자체도 많다. 반면 보수는 전공의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펠로와 노예를 합친 ‘펠노예’라는 은어가 회자하기도 한다.

전임의 과정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전임의는 병원과 계약은 보통 1년 단위로 이뤄지며, 보통 2월 말에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의료대란에 전임의들 상당수가 피로 누적 등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민·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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