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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왜 이리 힘겨울까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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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의 출생률이 또다시 최저점을 경신했습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게 종종 지적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지 않으면 한국의 육아 부담이 얼마나 큰지 알기 어렵습니다. 통계 수치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각 사회만의 특징들도 중요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결혼까지 했지만 남편의 직장 문제로 영국에 살고 있는 필자가 애틀랜틱 2024년 1월 5일 자에 기고한 이 글은 미국의 육아 현실을 읽으며 한국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한국의 교육열이 미국에 비해 그리 특이할 게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다음 세대 시민을 키우는 일은 국가를 비롯한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필자의 문제 의식에 공감할 독자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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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날 아침, 큰 딸을 학교에 내려준 후 작은 딸의 수영 강습 시간까지 애매하게 뜬 시간을 때우려고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서 우연히 딸과 같은 반인 남자아이의 아버지를 만났다. 그 또한 작은 아이를 데리고 나와 있었는데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많았다.

그도 나처럼 배우자의 직장 때문에 영국에 따라온 경우였다. 그의 아내는 의사였고, 새로운 수술법을 배워 가려고 호주에서 온 것이다. 그는 고향의 해안가에 있는 자신의 큰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언젠가 미국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그가 물었다. 나는 물론 돌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적어도 계획은 그랬다.

그가 이어서 한 말은 당황스러웠다. 최근 그의 아내가 미국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내의 커리어에는 정말 좋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어요."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뉴스에 나오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말과 무심한 말투는 잊히지 않는다.

나는 한평생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것에 대해 지극한 고마움만을 느꼈다. 높은 중위소득과 평균 이상으로 큰 집, 세계 최고의 대학까지, 미국은 가진 게 많다. 내가 영국 사람들에게 미국에서 왔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내가 아이가 있다고 하면 영국 사람들의 어조가 살짝 달라진다. 미국인 부모는 유럽에서 유명하다. 감정적이고, 신경질적이고, 자식을 과보호하고, 학업 성적에 목매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내가 대화해 본 여러 부모들은 미국인 부모에게 동정심을 표했고, 측은하게 여기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새로 부모가 되는 사람들이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미국에 만연한 총기 폭력에 경악하는 듯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훨씬 심각한 수준의 빈곤과 폭력, 불안정성을 경험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 미국인들은 정말 운이 좋다. 미국은 부유한 나라이고, 미국의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감할 능력이 있다. 다만 미국은 아동을,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중요한 과업을 개인의 문제로 여긴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고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이러한 원칙이 확고한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형성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급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법정 유급 휴가, 병가, 돌봄 휴직, 돌봄 제공자를 위한 연금 크레딧은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제공되지만 미국은 예외다.

나는 호주인 부모의 논리를 이해하게 다. 미국은 엄청난 기회의 땅이지만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은 아니란 것이다.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보장은 적은데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상당 수준의 불안정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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