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제공하는 자동차 보험료 공시가 보험료 변동 여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변동 관련 업데이트가 늦는가 하면 보험료 조정이 없다면서 공시된 보험료가 오르는 일도 있었다. 깜깜이 공시에 소비자들만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1일 매일경제가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통해 지난달 중순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점검한 결과, 실제 공시가 엉터리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 손해보험협회는 가입 방식(대면·전화·온라인·플랫폼)과 차종, 가입 연령, 연령 특약, 운전자 범위, 성별, 자차 담보 가입 유무에 따라 각 사가 제공하는 기본 보험료 테이블을 공개한다.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38세 남성이 중형 2000㏄ 차량을 대상으로 1인 가입, 35세 특약, 전담보 가입을 조건으로 공시된 보험료를 조회한 결과 지난 2월 28일을 기준으로 A손해보험은 보험료 101만1830원을 제시했다. 이는 1월 24일 제시된 공시 보험료와 동일하다.
문제는 A사가 2월 중순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2% 이상 인하했다는 것이다. 공시된 보험료가 인하된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와 해당 보험사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직후 같은 조건의 보험료가 90만원대로 수정됐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료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보험료 인하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각 사가 공개하는 자동차 보험료 조정 내역도 금융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협회는 각 회사의 자동차 보험료 조정 내역을 공시하고 보험료 인하 시행 시기와 인하폭 등을 제시하는데, 전체 원수보험료(보험사가 받는 보험료)를 평균해 인하폭이 제시된다. 보험사가 특정 연령대의 보험료를 올리고 내리는 등 세부 조정 항목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B손해보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보험료 조정 공시에는 '2021년 4월 이후 보험료 조정 내역이 없다'고 안내돼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올해 초 보험료 인상 혹은 인하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공시된 자동차 보험료를 조회하면 특정 연령의 경우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 2000㏄, 38세 성인 남성, 1인 가입, 35세 특약, 전담보 가입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검색하면 B사 보험료는 지난달 28일 기준 145만2360원으로 조회됐다. 이는 1월 24일의 138만4490원 대비 6만7870원(4.9%) 오른 수준이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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