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회동을 갖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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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29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일 전 1년’ 법정시한을 11개월 가까이 넘겼을 뿐 아니라 여야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총선 41일 전의 늑장 타결이었다. 게다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지키려 지역구 1석을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1석을 줄이는 꼼수까지 택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지역구 254석, 비례 46석’에 최종 합의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1석 확대(253석→254석)하고 비례를 1석 축소(47석→46석)하는 방안이었다. 지난해 12월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는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를 동결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가 이를 합의해 바꾼 것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이날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한 수정안에 따르면 경기·인천은 각각 1석이 늘고, 서울은 1석이 줄어 전체적으로 지역구가 1석 늘어난다. 당초 획정위 원안은 서울·전북을 1석씩 줄이고, 인천·경기를 1석씩 늘리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전북 지지세가 강한 민주당이 “부산 의석수를 줄이라”고 압박하자 부산 현역이 많은 국민의힘이 ‘비례 1석 감소’를 역제안하면서 전북 의석을 유지하되 비례 의석을 줄이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여야가 현역 의원이 많은 텃밭을 지키려고 ‘주인 없는’ 비례의석을 희생시킨 셈이다.
거대 양당의 합의에 군소 정당은 즉각 반발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개특위 회의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곶감 빼먹듯 줄여도 되느냐”라고 했지만, 의결을 막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수정 획정안은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90명, 반대 34명, 기권 35명으로 찬성하지 않는 표가 69표에 달했다. 지병근(정치외교학과) 조선대 교수는 “우리 선거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례성이 떨어지는데도 비례 의석을 줄여 비례성을 더 악화시켰다”며 “지역구 현역을 지키기 위한 꼼수이자 당리당략으로 유권자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재민 기자 |
여야가 특례 조항을 만들어 현행 지역구를 유지키로 한 것도 ‘현역 이기주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획정위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를 합치고 성동구를 갑·을으로 나누게끔 했지만 여야는 기존대로 서울 종로, 중-성동갑·을을 유지시켰다. 그밖에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등 8개 선거구도 현행대로 존치시켰다. “생활문화권과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다”며 국회 스스로 예외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와 중-성동을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과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선거구 조정을 피하면서 총선 코앞에 지역구가 바뀌는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의 한기호 의원과 속초-인제-고성-양양의 이양수 의원은 만약 획정위 안대로 선거구가 조정됐다면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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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분구 선거구 교통정리 숙제
통합되는 선거구에서는 현역이나 출마자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서울 노원갑·을·병은 노원갑·을로 통합되는데, 민주당 고용진(노원갑)·우원식(노원을)·김성환(노원병) 의원 중 출마자 2명을 추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 안산상록갑·을과 안산단원갑·을은 안산갑·을·병으로 통합된다. 김남국(안산단원을)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고, 전해철(안산상록갑)·김철민(안산상록을)·고영인(안산단원갑) 민주당 의원의 출마 지역 조정이 필요하다. 또 경기 부천갑·을·병·정은 부천갑·을·병으로 통합되는데,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부천을)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김경협(부천갑)·김상희(부천병)·서영석(부천정) 민주당 의원 간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부산 남갑·을은 부산 남으로 합쳐진다. 이 지역은 박수영(부산 남갑) 국민의힘 의원과 박재호(부산 남을) 민주당 의원의 본선 경쟁이 전망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왼쪽)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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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구되는 선거구는 총 10개다. 부산 북-강서갑·을은 부산 북갑·을과 강서로, 인천 서갑·을은 인천 서갑·을·병으로 나눠진다. 경기에선 평택갑·을이 평택갑·을·병으로, 화성갑·을·병이 화성갑·을·병·정으로, 하남이 하남갑·을로 분구된다.
이 지역에선 각 당이 예비후보의 출마지를 조율하는 게 숙제다. 예컨대 하남은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이창근 전 당협위원장 등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가 11명에 달한다. 보수 지지세가 좀 더 강한 하남갑 출마를 모두 바라고 있다.
구역 조정되는 선거구는 총 10개다. 경기 동두천-연천과 양주는 동두천-양주-연천갑·을로, 대구 동갑·을은 대구 동-군위갑·을로 개편된다. 전북에서는 군산,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가 각각 군산-김제-부안갑·을, 남원-장수-임실-순창, 완주-진안-무주 등으로 바뀐다. 경북에서는 영주-영양-봉화-울진, 군위-의성-청송-영덕이 각각 영주-영양-봉화, 의성-청송-영덕-울진 등으로 개편된다.
결과적으로 권역별 의석수는 서울이 현재 49개보다 1개 줄어든 48개 선거구가 된다. 경기는 1개 늘어난 60개, 인천도 1개 늘어난 14개 선거구로 개편된다. 나머지 권역은 선거구 숫자에 변화가 없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37일 앞두고 처리된 17대 총선보다 불과 나흘 빨랐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은 피했지만 극심한 줄다리기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획정위는 수정안 건의문에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유권자와 입후보 예정자”라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광일(정치외교학과) 숙명여대 교수는 “이번 선거구 획정은 여야가 협상을 질질 끌다가 막판에 주고받기를 한 측면이 강하다”며 “플레이어가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게 문제다. 획정위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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