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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김상일 前 주멕시코 대사 “韓·쿠바 수교, 20여년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죠”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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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前 주멕시코 대사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후 시작

2018년 쿠바 방문해 설득 노력

“경제난에 韓 구원 투수로 느낀 듯”

2021년 카스트로 퇴진도 한 몫

2018년 5월 10일 김상일 전 주멕시코 대사는 제37차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쿠바 방문에 동행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미수교국인 쿠바 지역에서 필요한 영사 업무와 쿠바 정부와의 소통을 담당한다. 강 전 장관은 당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을 만나 한국과 쿠바가 수교하면 얻을 수 있는 양국의 이익을 강조했지만, 로드리게스 장관은 경청하면서도 결정적인 답은 주지 않았다. 지켜보던 김 전 대사는 생각했다.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겠구나.”

‘한 방’은 6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27일 서울 강남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전 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대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20여년간 이뤄진 한국의 쿠바와의 수교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면서도 “결정적 한 방은 쿠바 내부의 문제, 즉 쿠바의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70%에 이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위도 계속됐다. 여기에 2021년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가 물러나 쿠바가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 여건이 조성됐다. 그는 “한국을 구원투수로 생각한 게 아닌가”라고 관측했다.

세계일보

김상일 전 주멕시코 대사가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한·쿠바 수교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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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2021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단이 일본과 시차도 없고 환경도 비슷한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원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공관 개설 등 남은 과제는 한국이 어느 정도로 쿠바의 기대에 부응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사는 “어떤 (지원) 패키지를 한국이 제안할 것인지, 이에 대한 쿠바의 평가는 어떤지, 실용주의 노선을 계속하겠다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 북한의 반발은 어느 정도일지 종합적인 구도 내에서 공간 개설 시기가 결정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수도 아바나 서쪽에 위치한 마리엘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투자, 의료·바이오분야 공동연구, 의료시설 현대화 협력 등에 쿠바가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마리엘 자유무역지대 투자는 미국이 쿠바 제재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사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측면뿐 아니라 개방시키는 점도 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은 1989년 헝가리, 체코 등 옛 소련 국가들이 민주화된 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뒤, 1992년 한·중 수교 뒤 남북 대화의 장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형제국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의 충격도 있겠지만, (결국 개방으로 이끄는) 양면적 측면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그는 강 전 장관이 2018년 5월 쿠바를 방문하기 전 두 번 쿠바를 다녀오면서 물밑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2년여 멕시코에 근무하면서 1년에 2∼3번 쿠바를 다녀왔지만, 쿠바 현지에 주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평가에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그는 쿠바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공산혁명 이전 자유롭게 지내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편 한쪽에는 공산주의와 경제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곳이라는 얘기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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