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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월)

[전문기자의 눈] 의대 증원, ‘구조적 수술’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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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선진의료 허울 속 필수의료 ‘외면’
수익구조 등 의료체계 손볼데 많아
전공의·간호사 업무쏠림도 개선을


이투데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 곳곳의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환자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술마저 연이어 취소되면서 의료 체계가 마비되고 있다. 환자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전공의 파업으로 빚어진 인력 공백은 전문의와 간호사로 메워지고 있다. 이로 인한 혼란과 잡음은 다시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한 정부 정책과 막무가내로 이에 맞서는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인해 빚어진 사태이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문제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논의되어 왔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 파업과 올해의 전공의 파업을 연달아 보면 한국의 의료 체계에 핵심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보인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건강 의료 보험 제도를 갖춘 나라, 전 국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선진국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하지만, 필자와 같이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꼭 소아과를 방문하게 되는 아이들 엄마나, 심장이나 뇌와 관련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이런 수식어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정작 사람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소위 ‘바이탈’에 관련된 의료는 인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정말로 사람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바이탈을 전공한 의사들조차 자신의 영역을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병원은 수술을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비합리적 수익구조와 소송 및 민원 때문에 정작 필요한 수술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바이탈과의 보상 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리 없다.

의료 체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병원’은 본래 고도로 분업화된 체계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전문의는 전문의의 일, 전공의는 전공의의 일, 간호사는 간호사의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야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형병원들은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의료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환자들까지 모두 알고 있다. 보다 권위가 있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에게 귀찮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폭탄 돌리기처럼 떠넘기는 곳이 대한민국의 대형병원들이기 때문이다. 소위 빅5라고 일컫는 대학병원의 의사인력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웃돈다. 실제로 그들이 맡고 있는 업무량은 그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공의 파업이 이렇게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누가 더 나쁘고, 누가 더 이기적이라는 지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 서비스는 저렴하나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익이 떨어지니,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의료 민영화가 된 미국처럼 의사와 간호사 외의 별도의 전문 의료 인력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간호사와 전공의들에게 업무가 과중되고 분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이탈과 같이 수익이 떨어지는 학과는 더더욱 그렇다.

현 시점에서 의료 체계 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 증원이 이루어진다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의대 졸업자들이 어차피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수술복을 벗어 던지고 수익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다. 의대 증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의료 체계 내의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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